지난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을 슬픔에 빠트렸던 '세월호 사건' 1주기를 3일 앞둔 13일 세월호를 기억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음반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뮤지션유니온의 조합원 19팀이 세월호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담은 앨범 '그 봄, 아직 기다립니다'를 발매한 것이다.
이번 앨범에는 정통 민중가요 노래패 출신부터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들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뮤지션들이 모여 팝, 포크락에서 메탈, 레게,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의 음악들을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수록했다.
먼저 밴드 더문의 리더였던 정문식의 솔로프로젝트 '여섯개의 달'은 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 팀으로, 앨범에는 '깊은 곳에 남겨진'이라는 뜻의 'Left In The Deep'을 실었다. 가사의 화자를 희생자 중 한명으로 가정하여 절대 사라지지 않을 희생과 진실에 대한 내용을 담으려 했다. 싸이키델릭한 분위기의 전반부와 감정을 고조시켜 터뜨리는 후반부의 대비가 돋보이는 록 발라드곡이다.
각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SV와 Jai(혜정)이 만난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있다. 기존에 SV가 발표했던 '우린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은 일렉/트립합 스타일로 재편곡되어 Jai의 독특한 음색과 SV의 낮은 랩이 어우러져 가사의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메탈 밴드 '해독'은 팀 이름부터가 도발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수도(害毒), 누군가에겐 약이 될수도(解毒) 있는 음악을 하는 '해독'은 정통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인간의 내적, 외적인 부분에 각각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앨범에 실린 '바다의 소리'는 자연과 동물들을 위한 메시지로 그려두었던 '자연의 소리'란 곡을 개사한 곡이다. 아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한편, 끝없는 의문의 검은 비밀들을 밝혀내고자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퍼니피플에서 활동하는 오승련은 '없어'라는 브릿팝 스타일의 노래를 통해, 거짓정보를 믿지 말고 기억할 것을 꼭 기억하자는 이야기를 전한다. 보이스오브코리아 출신인 김현지 양이 피처링한 곡으로도 눈길을 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강한 제목의 노래는 스스로를 사회파 블루스 락 밴드라 칭하는 '예술빙자사기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회적 타살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는 창작 의도를 밝혔다.
조국과 청춘, 포크그룹 노래마을을 거쳐 199년부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손병휘는, 세월호 참사 일주일 후에 만들어 간이녹음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몇번의 추모집회에서 부르던 '잊지 않을거야'를 다듬어 이번 6집에 수록하였으며, 이 곡은 이 음반에도 함께 실렸다.
'라야밴드'는 가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안녕 미안해 / 오늘 노래하는 내가 / 안녕 안녕 내가 / 안녕 미안해 /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보낸 내가'라는 몇 마디를 계속 반복하는 곡을 공개했다. 이 곡은 다양하지 않은 가사가 오히려 깊은 진심을 보여주는 인상 깊은 곡이다.
'노래하는 나들'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 출신의 보컬 문진오, 김가영과 타악 연주자 신재철로 구성된 Protest Folk 밴드다. 노찾사의 명맥을 잇는 팀으로서 현실에 바탕을 둔 가사와 그러면서도 리드미컬하고 완벽한 하모니를 추구하는 팀으로, 이번 앨범 참여곡인 '하얀 나비'는 바라춤을 추는 모습을 세월호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김일영 시인의 시에 문진오가 곡을 붙였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차오르는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싱어송라이터 트리키네코는, '1인의 슬픔'이라는 노래에서 '모른 척 한대도 사라지진 않는데 / 어쩔 수 없다니 말도 안 되고 / 말로도 안 되는 일이 여기'라는 노랫말을 통해, 비극이 일어나도 결국 본인 외에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그 슬픔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여전히 그대로인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잔잔한 목소리로 그려냈다.
두명의 베이시스트가 만나 일렉트로닉의 범주 속에서도 가장 감성적으로 충만한 북유럽의 일렉트로닉 씬을 독특하게 풀어내는 혼성듀오 '투명(twomyung)'도 함께했다. '이제 우리 얘기야'는 제목 그대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끝까지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날이 선 너의 그 등뒤에 / 수많은 희생들이 / 끝도 없는 거짓말이 / 이제 우리 얘기야 이제 우리 얘기야'라고 노래하고 있다.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음악을 하는 재기발랄한 싱어송라이터 임승묵이 참여한 '아빠와 보물창고'는 그의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만들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아빠 나는 크면 아빠랑 세계 일주를 할래"라며 / 지구본을 가리키고 말해본다 / 피라미드도 보고 / 남극 펭귄도 만날 거야 / 엄마 몰래 우리 둘이서 가보자' 는 마치 동요같이 들리면서도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남겨진 우리도 너무 빨리 곁을 떠나버린 그들을 그리워하지만, 그들도 저 세상에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지난 추억을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임승묵은 밝혔다.
그 외에도 밴드 핑크레이지, 바플라이, 다운인어홀 등의 기타리스트 출신의 박진서(에릭 박)는, '연못, 작은 물고기'를 통해 아픈 상처를 잊고 다시 힘찬 헤엄을 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콘트라베이스에 구교진, 피아노에 임승범이 참여했다.
한편 이 앨범의 제작 관계자는 "우리는 이 노래들이 정치적 진영논리에 답답하게 갇힌 투쟁가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노래들은 우리 스스로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위로 치유의 노래여야 한다"라며 "무엇에 대한 반정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돌아보는 성실한 원칙이어야 한다. 그 때에야 이 노래들은 비로소 소원의 기도로, 미안함으로, 슬픔으로, 약속으로, 분노로, 싸움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한 것임을 밝혔다.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