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2'는 왜 '마비노기2'가 됐을까?

등록일 2012년11월15일 11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 코리아가 자사의 대표 MMORPG '마비노기'의 정식 후속작 '마비노기2: 아레나'를 선보였지만 넥슨의 기대와는 달리 마비노기의 팬들은 다소 실망한 듯한 분위기다.

사실 많은 유저들이 마비노기2와 관련해 전작의 뒤를 잇는 MMORPG를 기대, 예상했지만 마비노기2: 아레나는 '아레나'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이 되었다.

마비노기2: 아레나는 지스타 2012를 통해 액션 부분만 먼저 선보인 상태이지만 신들의 대행자가 되어 투기장에서 전투를 벌이는 설정과 액션에 중점을 둔 콘텐츠 등 전작(?)인 마비노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비노기'란?
웨일즈 지방에서 전승된 켈트 전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비노기는 모두 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며 웨일즈의 왕자 프리데리의 일생을 그린다. 마비노기에서 프리데리는 리안논의 아들로 태어나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잉글랜드와 전쟁을 벌인다. 춤과 노래, 전쟁, 모험이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지스타 좌담회에서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본부장은 "구전되는 이야기인 마비노기는 음유시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전혀 다른 성격의 게임이 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11세기 웨일즈의 수도사들이 문자로 정리해 '마비노기온'이라는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기 전까지 마비노기는 음유시인들의 노래와 노인들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구전문학이었다. 음유시인마다 버전도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마비노기와 마비노기2: 아레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음유시인'이 누구냐 하는 부분이다.

전작인 마비노기는 모든 유저가 음유시인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마비노기)를 풀어낼 수 있는, '온라인'과 'MMO', 그리고 근래 화두인 '소셜' 요소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MMORPG였다. 하지만 마비노기2: 아레나에서는 김동건 본부장과 마비노기2: 아레나 개발자들이 음유시인이 되었다. 1탄과는 개발 철학이 달라졌다는 느낌마저 준다.

전작 팬들의 실망은 이런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미 '마비노기 영웅전'을 통해 개발자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즐겼으니 정식 후속작에서는 다시 음유시인의 자리를 게이머들에게 돌려주길 바라는 마음. 왜 마비노기의 후속편이 액션 게임으로 나왔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스타가 끝난 뒤 이런 부분에 대해 김동건 본부장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게임포커스: 마비노기는 유저 개개인이 음유시인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컨셉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이번 ‘마비노기2: 아레나’에서는 유저보다 데브캣이 음유시인의 주체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속편을 제작하시면서 생각이 바뀌셨는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본부장: 마비노기 시리즈는 그 세계 자체가 음유시인의 이야기 속의 세계입니다. 플레이어 각자가 이야기 속의 핵심인물로 이야기에 관여한다는 것이 기본 컨셉이며, 마비노기1도 마비노기 영웅전도 마비노기2도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비노기2는 관전 시스템을 비롯한 처음 시도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서 게임세계에서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알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짜여진 이야기보다 더욱 새로운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창조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음유시인은 데브캣이었고 개발철학은 그대로라는 말이다. 마비노기 팬이었던 기자에겐 조금은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의문이 하나 남는다. 사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스타 직전 '마비노기2: 아레나'로 제목이 정해지기 전까지의 이 게임의 이름은 '아레나 오브 아발론'이었다.

'아레나 오브 아발론'은 프로젝트명이 아닌 정식 이름으로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지스타 출품이 결정되며 제목이 마비노기2: 아레나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대로 이름이 아레나 오브 아발론으로 나왔다면 새로운 마비노기 브랜드로 마비노기 영웅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마비노기2라는 타이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넥슨 측은 아레나 오브 아발론이라는 이름을 공개한 적이 없기에 이름이 변경된 것이 아니라 마비노기2: 아레나가 원래의 이름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동건 본부장은 지난 2011년 NDC 기조강연을 통해 "우리 세대 개발자의 임무는 우리가 경험한 것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 후 처음으로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는 게임이 바로 마비노기2: 아레나다.

그가 마비노기2: 아레나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부분은 친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이었던 오락실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게임을 하신 분들은 친구들과 함께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서 보지 못하지요. 오락실은 단순히 게임 자체를 깨냐 못 깨냐라는 컴퓨터와의 승부보다 친구와 함께 즐기는 장소로써 존재했습니다.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보스를 깨거나 구경하면서 나만의 비법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낯선 사람과 대전을 하는 긴장감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게임은 플레이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친구와의 대화거리이고 소규모의 스포츠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런 경험과 즐거움을 마비노기2:아레나를 통해서 이어가고 싶습니다."

지스타 2012에서 마비노기2: 아레나가 보여준 모습은 그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오락실을 컨셉으로 한 시연대는 게이머들로 북적였고 지금 세대의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걸리는 건 이름 뿐이다. 이런 김동건 본부장의 의도와 개발컨셉과는 상관없이 마비노기2: 아레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전작과 비교되며 "왜 이름이 마비노기2가 되었나?"라는 부분이 가장 부각되고 있다.

아쉽다. 마비노기2는 왜 마비노기2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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