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무비(Buddy Movie) : 주로 동성인 사람 두 명이 패를 이루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 장르를 말한다. 명칭은 친구라는 뜻의 영어 단어 버디(Buddy)에서 온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다가 사건을 경험하면서 화합해 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주는 형식이다. -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발췌
물론 '베테랑'보다 강렬하지 않고 '내부자들'보다 치밀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묽은 느낌이다. 분명 '검사외전'은 그 중간 어디 쯤에 위치하는 버디 무비(Buddy Movie)지만,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확실하고도 야심찬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건 바로 물 오른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존재다.
'검사외전'은 '검사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강압 수사를 하고 피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는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수사 중 피의자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받게 된다. 물론 이면에는 정치와 검찰로 연결된 비릿한 음모가 자리잡고 있다.
"검사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다? 이 자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상한 이야기잖나. 액션 혹은 스릴러로 풀기 쉬운데, 난 캐릭터를 색다르게 잡으면 신선해보이겠다 싶었다. 거짓말쟁이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재욱 역시 거짓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그의 마음을 풀어줄 이 역시 거짓말쟁이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여기에 약간은 코믹하게 해학과 풍자를 담아 장르물로 만들고 싶었다." (이일형 감독)
만약 '누명을 쓴 검사가 복수를 하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면 '검사외전'은 그저 그런 영화에 그쳤을지 모른다. 장르적 변주를 통해 극복하려는 발상도 힘에 부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일형 감독은 캐릭터를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 이 식상함을 돌파해냈다.
자, 이제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누명을 쓴 검사가 거짓말쟁이 사기꾼을 통해 복수를 한다!
"한치원은 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이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범죄물이 될 뻔한 '검사외전'이 오락영화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코미디 연기에 갈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니 재미있었고, 내 캐릭터가 너무 웃겨서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원)
이제 '강동원'을 이야기 할 차례다. 희대의 거짓말쟁이이자 허세를 남발하는 꽃미남 사기꾼 치원 역을 맡은 강동원은 숨겨왔던('조금씩 드러내왔던'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코미디 연기를 이번 영화를 통해 마음껏 선보였다.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말 중간에 엉터리 영어를 섞는 등 뻔뻔하고 능글맞은 연기를 이토록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군도: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에 이어 '검사외전'까지... 잊을만 하면 얼굴만 내보이고 CF에 전념하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강동원은 '검사외전'을 통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올해도 '소처럼' 일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동원이가 잘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강동원이 한치원 역을 한다고 할 때 뭔가 궁금한 게 있잖아요. 관객들이 치원 캐릭터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100%의 자신감도 있었죠.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이에요. 뭘 해도 받아들일 수 있달까요. 이건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황정민)
'검사외전'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황정민이 밑그림을 그리고, 강동원이 채색했다고 할 정도로 강동원의 비중과 역할이 크다. 이쯤되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천만 배우 황정민은 왜 스스로 돋보이기보다 강동원을 빛내는 역할에 만족한 것일까? 그에 대해 황정민은 "이야기가 중요하면 무조건 한다. 캐릭터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히말리야'가 끝난 후 육체적 ·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그에게 '검사외전'은 "조금 재미있고 편안하게 낄낄대며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 "치원 역을 누가 하게 될지 궁금했는데 동원이가 한다고 해 두팔 벌려 환영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적확하게 꿰뚫어보는 선구안을 갖고 있는 황정민의 선택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인 버디 무비가 두 명의 주인공이 '함께' 움직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면 '검사외전'은 감옥에 갇혀 있는 변재욱과 출소한 치원이 합을 이룬다는 점에서 다소 변형되어 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함께 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두 인물 사이에 괴리감이 들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무게감이 '닻'을 제대로 내려놨기 때문이다.
치원의 활약이 반짝반짝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도 변재욱이라는 뿌리가 단단히 자리를 잡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난 느낌을 주면서도 그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다가오고, "역시 황정민"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다만, 매번 같은 뉘앙스의 연기를 한다는 지적은 그가 앞으로 넘어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베테랑'보다 강렬하지 않고 '내부자들'보다 치밀하지 않다. 이야기의 허술함은 분명하지만, 이일형 감독이 '검사외전'을 통해 꺼내놓고자 했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또렷하게 전달된다. 또, (약점을 커버하는) 코미디와 사회 비판이 절묘히 조합되면서 가족들이 다 함께 봐도 좋을 영화가 만들어졌다.
글 제공 :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의 블로그(http://wanderingpo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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