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오타쿠들이 이런 식의 '정치적 소비'의 선구자가 되었다. 고속 인터넷 망이 깔려 불법 복제와 다운로드가 일반화되었을 때에도 꿋꿋이 CD를 사고 만화책을 사 모았던 것은 바로 오타쿠들이었다. 이들은 "다운로드를 받지 왜 바보처럼 정품을 사니?"라는 주변 사람들의 핀잔 속에서도 자신들의 소비 행태를 고수해 왔다. 처음에는 소유욕으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품을 계속 구매해야 창작자들이 계속 창작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정치적 소비의 결과, 오타쿠들은 한국 사회에서 지적 재산권 문제에 대해 가장 민감한 집단이 되어 버렸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p.232
오타쿠들은 까다로운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오타쿠의 기질을 발휘해 다양한 영상기법과 연출을 실험했고, 이를 오타쿠들이 비평하면서 계속 발전해 나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1초의 화면을 위해 4시간을 촬영해야 하는 '장시간 노출' 촬영 기법이나 너트를 이용한 촬영 기법, 슬라이드 스캔이라는 광학 촬영, 목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쥬피터 머신이라는 매커니즘 등이 동원됬습니??
그 후에도 '스타워즈'나 '쥬라기 공원'을 비롯해 계속 발전중인 SFX의 연출에는 이런 오타쿠스러움이 있었습니다. 저자는 고도화된 정보 네트워크 사회에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인재는 오타쿠적인 시야와 사고방식을 가질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오타쿠'는 일본의 미디어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들로 한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오타쿠스러움'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특징들입니다.《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에서 지적하듯이, 현대의 사회적 메시지는 '일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일'인 사회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노동윤리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은 시키지만 보수는 제대로 주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열정 노동이라는 악순환을 만들긴 했지만, 오타쿠스러운 열정은 분명 한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이런 독특한 엔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바로 우리의 판단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글 제공 : 블로그 착선의 독서실(http://newidea.egloos.com/207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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