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계속 변하고 있다" 변혁의 시대 바라보는 BIAF 김성일 프로그래머의 이야기

등록일 2026년10월02일 1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제이자, 아카데미 공인 영화제로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가 열리는 10월이 왔다.

 

2026년 BIAF는 10월 23일 개막해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 레아 넬슨 감독의 '탱글스'가 예고됐고,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명단도 공개된 상황.

 

올해 BIAF에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AI 도구를 활용해 제작된 작품을 출품하는 등, 시대상이 반영된 작품도 눈에 띈다. 지난해 수작들이 대거 출품됐던 일본 작품이 조금 줄어든 점도 눈에 띄는 대목.

 

BIAF 김성일 프로그래머를 만나 변혁의 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추천작, 심사위원 선정 기준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테마부터 정하기보다 작품들을 보며 흐름을 캐치해 방향성 만들어
이혁진 기자: 매년 테마를 어떻게 정하시나요. BIAF 2026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지도 같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성일 프로그래머: 매년 하나의 키워드를 먼저 정해놓고 작품을 그 틀에 맞추는 방식은 아닙니다. 작품을 계속 보다 보면 그해 애니메이션에서 반복해서 보이는 흐름이나 질문이 생기거든요. 그런 흐름을 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제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편입니다.

 

올해는 특히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최종악장 울려라! 유포니엄'처럼 전/후편을 합치면 4시간이 넘는 작품도 각각 장편 경쟁 부문에 선정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음악과 인물, 관계의 변화가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경험이 분명히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장편 경쟁 부문도 11편으로 구성했습니다. 작품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한 편 한 편의 힘이 분명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국 올해 BIAF는 특정 스타일이나 국가에 한정하기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다양한 작품과 창작자가 함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제라고 생각합니다.

 



 

눈여겨볼 만한 작품, 개막작에 대해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성일 프로그래머: 먼저 개막작 '탱글스'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레아 넬슨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칸'이라는 이름보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 제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는 점이 더 컸습니다. 알츠하이머와 가족, 기억이라는 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아름답게 풀어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0년을 이어온 '최종악장 울려라! 유포니엄'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어디보다 먼 곳에 있는 너에게' 역시 새로운 세계관과 표현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국제경쟁 단편 부문의 '위층 이웃들에게'도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코니 허 감독과 픽사/디즈니/드림웍스 출신 제작진,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연구진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애니메이션과 AI가 실제 창작 과정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편 '메타피어'도 주목할 만합니다. '도쿄 구울', '숨바꼭질'의 모리타 슈헤이 감독이 연출한 신작으로, 스페셜 스크리닝 장편 '고스트-밤의 끝'과 함께 반다이가 제작한 작품입니다. 모리타 슈헤이 감독도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심사위원 선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올해 특히 공들인 심사위원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시지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BIAF는 아카데미 공식 지정 국제영화제로서 매년 아카데미 수상/노미네이트 감독과 아카데미 회원 등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이 심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전년도 수상작 '신은 기괴하다'의 조슬린 샤를 감독과 '은퇴 버킷리스트'의 존 켈리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돌아옵니다.

 

특별히 공을 들인 분들로는 장편 경쟁 심사에 '천 개의 파랑'의 천선란 작가님과 일본 MAPPA의 오오츠카 마나부 대표를 초청했습니다. 오오츠카 대표와는 2017년 도쿄에서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 마키 타로 선생님의 소개로 식사를 함께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에도 뭔가 느낌이 있었는데.  큰일을 할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지금은 '체인소 맨', '주술회전', '진격의 거인'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MAPPA를 이끄는 인물이 되었죠.

 

음악 부문에는 '파반느'의 음악감독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이민휘 감독님과 체리필터의 조유진 씨가 심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작품, 감독들과 만날 기회 올해도 많이 마련, AI는 단순 사용 여부보다 사용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가 중요
조금 가벼운 질문으로, 영화제를 매년 만들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가볍지 않은 질문인데요. 가장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발견하고, 정말 기대했던 작품의 완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에게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을 여는 순간 정말 두근두근했어요. 아쉽게도 심사위원 제안은 불발되었지만, 야마다 감독은 '기억의 정원'으로 BIAF와 인연이 있었고, '천막의 자두가르' 이후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장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인데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새로운 도전과 다른 흐름을 발견할 때 계속해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올해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저희가 '나타지마동강세'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에서 2D 작품으로 흥행한 '노바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서유기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른 형식으로 풀어낸 새로운 모험담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BIAF 경쟁 선정작으로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소개된 '차가운 밤의 빛'을 선택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뉴라이'도 기사와 짧은 영상을 통해 접했습니다. 작품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지며 화제가 된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논란 자체보다도 그만큼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중국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저는 이것 역시 중국 애니메이션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큰 내수 시장이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시장이 크다는 건 다양한 규모와 스타일의 작품을 시도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니까요.

 



 

일본 애니메이션은 올해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오히려 반대 아닌가요?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침체됐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도 크고, '귀멸의 칼날'이나 '체인소 맨'처럼 전 세계 관객이 동시에 반응하는 강력한 산업과 팬덤이 있잖아요. 애니메이션 산업 전체로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은 여전히 굉장히 강합니다. 그렇다고 예술적인 창작력이 떨어졌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아키라'의 총작화감독으로 유명한 나카무라 타카시의 중편 '태양의 장미와 달의 라피스'가 단편 경쟁에 선정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메타피어'처럼, 거대한 산업과 함께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감독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딥마인드 출품작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는데, AI 작품이나 AI 활용 작품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는가'보다 'AI를 사용해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국제경쟁의 '위층 이웃들에게'가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코니 허 감독과 픽사/디즈니/드림웍스 등에서 활동했던 제작진, 그리고 Google DeepMind 연구진이 함께 만든 작품인데요.

 

특히 애니메이터가 만든 움직임과 연기를 유지하면서 AI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결국 AI가 창작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자신의 표현을 확장하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코니 허 감독과 Google DeepMind 디렉터의 스페셜 토크도 마련되어 있어서, 올해의 중요한 게스트와 작품 중 하나입니다.

 

거장과 트와이스 다현의 세션, 음악에 집중한 프로그램에도 주목해 주기를...
올해 음악 부문은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이미지와 음악이 만나 영화의 리듬이 만들어지고, 캐릭터의 감정과 움직임이 전달되죠. 어떤 작품에서는 음악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코코믹스 음악상을 추가한 이유이기도 해요.

 

쿄애니(교토 애니메이션)의 '케이온!',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들에서는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의 관계와 감정, 경쟁과 성장의 과정에 직접 들어가 있습니다.

 



 

한편 음악을 테마로 한 BIAF Present 'AI = Music'을 통해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려줘', '치코와 리타', '블루 자이언트', 그리고 윤상 음악감독이 참여한 '고스트밴드'를 선정했습니다.

 

올해 BIAF는 한·불 수교 140주년에 열리며 특별 프로그램 '반짝반짝 프랑스'도 예고가 됐습니다
김성일 프로그래머: 프랑스는 애니메이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돌아보는 데 그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프랑스에서는 어떤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창작자들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140주년 프로그램이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한국과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문화가 서로 만나고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과 베레니스 베조 배우 초청도 눈에 띕니다.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지요
김성일 프로그래머: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는 '아티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지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장편 애니메이션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자신의 영화적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베레니스 베조는 '아티스트'에서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과 함께했고, '1975 킬링필드, 푸난'에서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배우의 목소리와 호흡, 감정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중요한 창작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을 통해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과 배우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과 베레니스 베조가 함께하는 마스터클래스에는 배우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TWICE(트와이스) 다현 씨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합니다.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베레니스 베조를 롤모델로 생각해 온 다현 씨와 두 분이 한 자리에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좀 소개해 주신 다음 올해 BIAF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일 프로그래머: 개막작 '탱글스'를 비롯해 국제경쟁 장편과 단편을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독과 프로듀서가 영화제를 직접 찾는 작품들로 '최종악장 울려라! 유포니엄' 전/후편처럼 마지막까지 작품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도 있고, '굴뚝마을의 푸펠: 약속의 시계탑'은 일본의 유명 원작자 니시노 아키히로, '그 어디보다 먼 곳에 있는 너에게'의 와다 준이치 감독도 Q&A를 통해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과 베레니스 베조 배우의 '아티스트',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물', '1975 킬링필드, 푸난' 상영과 마스터클래스도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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