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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칼럼]새로운 시도와 연구 사라진 국내 게임업계, 세계시장 선도하던 한국 게임산업은 어디로 갔나

등록일 2019년10월23일 17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약 3년여 전인 지난 2017년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2017에서는 당시 잘 나가던 소니와 블리자드의 포스트모템, VR과 함께 모바일게임 시장 고착화,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스타일 과금모델의 문제점이 주요 토픽으로 다뤄진 바 있다.
 
당시 'GDC 2017'에서 다뤄졌던 내용들이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와서 살펴보면 GDC가 그냥 개발자들 모여 친목다지는 행사는 아니었다는게 실감이 된다.
 
GDC 2017에서 다뤄졌던 당시 글로벌 모바일게임 업계에 대한 내용은 1.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의 모바일게임 과금체계에 대한 비판 2. 대규모 마케팅 등 물량 공세와 병행해 중견 게임사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의 업계 재편 3. 닌텐도, 소니 등 팬덤과 IP를 모두 갖춘 게임사들의 진입으로 사다리가 치워지고 고착화되어가는 모바일게임 업계에 대한 우려 등이었다.
 
한국과 중국 등의 대형 게임사들이 대규모 마케팅(이건 서구권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지만)으로 물량공세를 펴고 북미, 유럽의 중견 모바일게임사를 인수하며 모바일게임 시장이 규모의 경제에 진입한 것이나, 소니,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에 뛰어들려 하는 것 등 '사다리 걷어차기'가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어 불공정한 경쟁으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이미 2017년에 지지를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유저들에게 여유 이상의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뽑기'(가챠)로 대표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과금제에 대해 '유저 착취'로 바라보고 자정은 불가능하니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눈에 띄었는데, 서구에서는 랜덤박스 규제 등으로 이어지며 게임사에 대한 개입이 이미 가시화되었고 글로벌에서도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물론 당시 GDC에 임원들, 개발자들을 보낸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서도 그런 비판이 앞으로 더 거세지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해외, 여전히 '확률형 뽑기' 과금모델에 의존하는 국내 게임업계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그런데 왜 그대로야?', '공감대만 형성하고 아무것도 안 한 거야?' 같은 의문을 가질 것 같다.
 
당연히, GDC 2017 직후에는 국내 게임사들에서도 '뽑기' 다음을 준비하자, 새로운 과금모델을 고민해 창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넥슨은 비공식적으로 그룹 차원의 원칙이라 강조해 온 '부분유료화'에서 벗어난 게임을 출시하고, 새로운 과금모델을 선보이겠다며 사내에 과금모델 개발조직을 설치해 연구를 진행했다.
 
넷마블 역시 단일 과금제로 세계 시장에 서비스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리고 '각 나라에 맞는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방준혁 의장의 의지 하에 각 나라에서 수용 가능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과금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넥슨, 넷마블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엔씨소프트에서도 GDC를 둘러보고 온 임원, 개발진의 보고를 들은 김택진 대표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 사내 연구를 진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당시 기자는 세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과금모델과 관련해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비슷한 내용의 비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텐데, 여력이 있는 3N은 거기 대응하려 하지만 그 외의 게임사들은 대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2019년 말. 현실은 중견 게임사는 커녕 3N조차 시늉만 하다 손을 놔버리고 '그냥 하던대로' 여전히 확률형 뽑기에 의존하며 지금에 이르렀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기자는 내수시장이 충분히 커서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국, 일본 게임사들보다 한국 게임사들에게 이 문제가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빠르게 찾아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오히려 증국, 일본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월 고정 과금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과금제나, 월 고정 과금액, 정액 판매형 상품 위주의 과금모델 중심의 게임들을 선보였고, 한국 유저들에게 환영받으며 국내 시장에 정착했다.
 
이제는 MMORPG 장르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는 상황이 되었다. 2년 전 세계시장에서의 한국게임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했더니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커녕 안방까지 내주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2017년 GDC에서 나온 예측대로 모바일게임 시장은 고착화되었고 더 큰 광고비를 지출하는 게임이 성공하는 규모로 승부하는 시장이 되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한참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는 과금모델의 변화 뿐만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 다음의 게이밍 플랫폼을 모색하며 스팀,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에도 가장 흐름에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미호요의 '원신'과 같은 플레이스테이션, PC, 모바일에서 모두 같은 게임이 돌아간다는 게임이 쏟아지려 하고 있고, 일본에서 모바일에서 돈을 번 사이게임즈와 같은 게임사가 콘솔 대작을 만들어 2020년에는 출시한다는데, 한국 대형 게임사들은 이제야 '스위치 버전 R&D를 한다'는 형국이다. 대형 게임사가 PC와 콘솔로 낸다는 신작들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다. 플레이스테이션6 등장 쯤에 만날 수 있을까.
 


 
세계시장 선도했던 한국 게임산업,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2019년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도쿄게임쇼 2019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을 일본에 수입, 서비스하던 퍼블리셔나 한국 게임 소싱을 담당하던 일본 게임사 간부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그들은 입을 모아 '더 이상 한국 모바일게임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기자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미 수입한 게임은 하는데까지 서비스하겠지만 모바일게임 추가 수입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미 출시된 게임이나 개발중인 신작을 스위치 등 다른 플랫폼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수요는 아직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뭔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뒤에 희망이 남아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과거 한국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에서 한발 앞서가고 새로운 시도로 세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 왔다. 부분유료화 라는 새로운 과금형태를 만들어 정착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세계에 선보였다.
 
하지만 극소수 장수게임에 의존하는 몇몇 대기업만 살아남은 현재 한국 게임업계에 그런 활력, 의지, 비전이 있느냐고 하면 의문이 생긴다. 다음 과금모델에 대한 모색도 포기하고, 사내 개발팀이 스팀, 콘솔 등 다른 플랫폼으로 가려고 하면 모바일 플랫폼을 강요해 온 과거를 청산할 때가 오고 있지만, 준비가 된 곳이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게임에 이미 뒤쳐진 지 몇년 지나도록 중국게임이 추월할까를 걱정하던, 사태파악을 못한 채 '어어~'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참 뒤쳐져 있던 그런 사태가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 몸집만 공룡이 아니라 정말 멸종 직전 공룡같은 상황에 처한 한국 게임산업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버리지 않도록 행동에 나설 때다.
 
회사의 방침이 부분유료화, 뽑기 아이템만 파는 것이라거나, 우리는 모바일게임 회사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중국과 일본 게임의 과금모델을 흉내라도 내고, 과감하게 전혀 다른 과금모델과 플랫폼에도 도전해야 한다. 여유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혁진 기자 (baeyo@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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