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그가 곧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 '바람의 나라'부터 '어린이 재활병원까지' 김정주가 이끈 넥슨의 시대

등록일 2022년03월08일 11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퍼스트 펭귄'이라는 표현이 있다. 펭귄 무리들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들 중에서도 천적들에게 잡아먹힐 위험과 공포를 무릅쓰고 용기있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이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퍼스트 펭귄'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펭귄들의 습성을 일컫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무도 먼저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도전하고, 이를 통해 다른 이들이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함께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개척자이자 선발자를 의미한다.

 

이 표현을 널리 알린 사람은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소속이자 저서 '마지막 강의'로 널리 알려진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다. 그는 췌장암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올곧은 그만의 인생 철학을 설파했다. 그리고 저서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퍼스트 펭귄'과 같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을 갖기를 바랐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NXC 이사 겸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창업주는 사실상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국내에서 게임산업의 싹을 틔운 인물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고 성공 신화를 쓴 주역이자 국내 게임산업의 기틀을 다진 '퍼스트 펭귄'으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정주 창업주의 넥슨은 역삼동의 작은 사무실 한 켠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성장했다. 물론 부분 유료화의 보급과 변질 등 넥슨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나, 김 창업주가 넥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국내 게임산업에 남긴 족적과 영향력은 평가절하하기 어렵다. 정계와 업계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은 단순히 그가 살아 생전 명망이 있고 함께한 동료가 많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퍼스트 펭귄' DNA와 영향력 그리고 발자취가 향후 넥슨과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에 큰 양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넥슨의 태동과 김정주 창업주가 걸어온 길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경영진 겸 개발자로 1968년 2월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는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가정 환경 속에서 음악, 컴퓨터 및 프로그래밍, 기업학 등의 폭넓은 식견을 쌓으면서 자랐다. 이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입학했으며,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김 창업주는 일본 유학 도중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던 현지에서의 게임 산업을 직접 목도하며 게임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 등 동료들과 함께 1994년 자사의 첫 번째 게임 '바람의 나라'의 개발을 시작했고 같은 해 넥슨을 창업했다.

 



 

이후 넥슨은 유망한 개발사들을 인수합병 하면서 몸집을 키웠고, 국내 대표 게임사 '3N' 중 맏형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 창업주는 비단 국내에서의 성공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넥슨을 2011년 도쿄 증권 시장에 상장시키고 권역 별 지사 설립했으며, 주요 타이틀들을 직접 서비스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쌓았다.

 

또 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시류를 읽는 날카로운 기업인의 눈, 과감한 투자와 도전으로 시가 총액 약 30조 원, 2021년 기준 연 매출 2조 8천억 원을 기록하는 굴지의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시켰다.

 



 

김정주 창업주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를 돌며 유망한 이들을 포섭하거나 트랜드를 공부하고, 전문 경영인 및 개발진에게 전권을 위임해 큰 결정 외에는 경영과 게임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등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타 게임사의 창업주가 여전히 전면에 적극 나서면서 경영에 힘을 발휘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연 매출 수 조 원을 거둬 들이는 회사의 총수임에도 비서나 사무실, 운전기사를 두지 않는 소박함과 '괴짜' 기질이 있었던 것도 유명하다.

 

그는 2005년부터 약 1년 동안 넥슨 대표 이사를 지내다 2006년 사임하고, 지주사인 NXC의 대표를 지내면서 게임 외 신사업 투자 및 발굴에 힘을 쏟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탬프' 등의 인수가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넥슨재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2021년에는 NXC 대표이사직도 내려놔 사내이사 및 등기이사 직함만 유지했다.

 



 

'바람의나라'부터 '던파'까지, 안해본 이 드문 넥슨 대표 타이틀

1994년 개발이 착수된 '바람의 나라'는 2년 여의 개발 끝에 199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람의 나라'는 1990년대 후반 PC 및 인터넷 망의 전국적인 보급과 PC방 열풍에 힘입어 크게 인기를 끌었고, 지금의 넥슨이 있게 해준 대표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후 넥슨은 현재 브랜드화 된 '클래식 RPG' 시리즈인 '어둠의전설', '일렌시아', '아스가르드', '테일즈위버' 등의 온라인게임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규모를 점차 키웠다. 이와 함께 위젯, 네오플, 게임하이 등 유망한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타이틀을 확보해 나갔다.

 

넥슨은 자체 개발 타이틀과 인수합병한 회사들의 타이틀들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국내 대표 게임사로 성장했다. 이중에서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의 타이틀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는 넥슨의 대표 게임이다.

 



 

먼저 '카트라이더'는 흔치 않은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 레이싱 게임으로 자리매김해, 2022년 기준으로 18년 동안 여전히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최근 모바일 버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국내에 론칭돼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으며, 니트로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또한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메이플스토리' 또한 넥슨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다. 2003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19주년을 맞이한 장수 온라인게임이자 전 세계 13억 명 가입자를 보유한 게임이다.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코믹 메이플스토리' 만화책 등의 미디어믹스도 이루어졌다. 2011년 62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서비스 사상 최고 매출을 올리면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 초기 일찌감치 중국 현지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타이틀이자, 현재까지도 넥슨의 실적을 견인하는 게임이다. 흔치 않은 벨트스크롤 형식의 온라인 RPG이자, '던전앤파이터' 특유의 도트 그래픽이 시장에 어필해 팬층이 두터운 게임이기도 하다. 3월 말에는 넥슨이 오랜 시간 준비한 모바일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어, 모바일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은 이 외에도 꾸준히 신작 IP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테스트를 통해 호평을 이끌어낸 '프로젝트 D', 중세 백병전 PvP 게임 '프로젝트 HP', 넷게임즈의 루트 슈터 '프로젝트 매그넘' 등도 준비 중에 있다. 신작 타이틀 외에도 '프로젝트 MOD' 등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도 적극 뛰어드는 한편, 인재 영입과 신기술 R&D에도 힘쓰고 있다.

 



 

넥슨 이어 우후죽순 성장한 국내 게임산업... 명(明)과 암(暗) 이면도
한편, 넥슨은 다수의 인기 타이틀을 서비스한 것 외에도 국내외 게임산업에 지대하고 다양한 영향을 끼친 게임사로도 평가된다.

 

김정주 창업주가 '퍼스트 펭귄' 정신으로 갈고 닦은 길을 따라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벤처 기업 창업 붐을 타고 만들어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앞서 언급했듯 타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3N'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로 언급되는 이유다. 이 외에, 당시 설립된 게임사들은 현재까지도 명맥을 이어오며 국내 게임산업의 기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넥슨이 영향력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점은 따로 있다. 명(明)과 암(暗)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 그것이다. 물론 넥슨이 부분유료화 모델의 첫 도입을 한 것은 아니다. 또한 부분유료화 모델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장르를 불문하고 게임에 적극 도입하고, 또 밸런스 등에 영향을 주도록 변질된 모델을 선보인 회사 중 하나인 만큼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부분 유료화 모델의 전 세계 첫 번째 도입은 한게임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로, 2001년 3월 시작된 아바타 꾸미기 아이템 판매가 그 시초다. 당시 한게임은 첫 날 매출 1억 3천만 원, 4달 만에 누적 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 유지 명목으로 받아가던 월 정액제 형태의 BM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넥슨도 발빠르게 움직여 한 달 뒤 '퀴즈퀴즈(큐플레이)'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했다. 이후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다양한 게임에도 적용되면서 새로운 BM 시대를 열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당시 게임을 평생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마케팅해 유저들에게 관심을 모았다. 당시 게임은 패키지를 구매해 즐기거나, 월 마다 요금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만 접속할 수 있었기에 무료 접속 자체가 꽤 파격적인 형태의 모델이었다. 이로 인해 '메이플스토리'의 북미 서비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부분유료화 붐이 일었다는 후문이다.

 



 

초창기 부분 유료화 모델은 현재와 같이 플레이를 무료로 하되 유료 캐쉬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판매하는 형태였다. 당시 유료 아이템들은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헤어나 의상 등에 한정됐고 기간제 아이템 등으로 꾸려졌다. 이후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보다 장르에 어울리는 형태로 상품 또한 크게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야기하고 결제를 유도하는 등 그 본질이 다소 '페이 투 윈(Pay to Win)' 형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의 전면에는 넥슨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당시 서비스 되고 있던 타이틀들은 대부분 게임에 영향을 주는 형태의 부분 유료화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분 유료화의 적극적인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절대적인 이용자 수의 확보 및 확대와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보급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무료로 게임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 수의 확대, 그리고 결제에 거부감이 없는 이용자들의 유료 아이템 구매로 인한 선순환이 곧 게임사들의 양적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 게임 내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임들의 성공적인 부분 유료화 모델 정착 사례가 많고, 또 최근 '게임 패스' 등 새로운 BM에 대한 도입도 적극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결국 넥슨을 포함한 게임사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재활병원부터 책방 사업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넥슨의 사회공헌 활동
한편, 김정주 창업주가 디즈니를 롤모델로 삼고 동경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국내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디즈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좋은 회사'다. 디즈니처럼 해야 100년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유명하다.

 



 

이러한 창업주의 기조에 따라, 넥슨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 타겟으로 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단을 통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2016년 처음 개원한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이다. 넥슨은 비영리재단인 넥슨재단을 통해 2014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200억 원을 기부하고 건립에 함께했다. 또한 김정주 창업주는 200억 원의 기부 이후에도 매년 자비로 수억 원씩 병원에 기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넥슨은 2020년 10월 서울대병원과 국내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완화의료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100억 원의 기금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가칭)은 2022년 개원을 목표로 건립 중이며, 기존 어린이재활병원과 달리 어린이 환자와 가족 모두가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이다.

 

제주도에 건립된 넥슨컴퓨터박물관 또한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손꼽힌다. 2013년 개관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전 세계 6대밖에 없는 1세대 퍼스널 컴퓨터인 '애플 1(Apple 1)' 중 한 대를 소유 및 전시하고 있으며, 각종 저장 매체와 오래된 비디오 게임, 컴퓨터와 노트북, 아케이드 게임 기기 등을 직접 보거나 체험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도전의 장인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 개최 ▲어린이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넥슨작은책방' 사업 ▲국내외 비영리 소셜 벤처 파트너들과 협력한 '브릭' 놀이 프로그램 개발 및 '브릭' 보급 ▲게임 IP를 활용한 실험적 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보더리스 공모전' ▲2019년 7월 온라인게임 25주년을 기념한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등 다방면의 사회공헌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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