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레트로 감성 듬뿍 '인생게임' 개발자의 텍스트 로그라이크 '모험가 이야기'

등록일 2021년01월26일 15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일이 세기도 버거울 만큼 날마다 새로운 모바일게임이 출시되지만 이미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만으로도 벅찬 당신. 새로운 게임을 해보고 싶지만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게임포커스가 준비했다.
 
'돌직구'는 모바일게임들 중 한 작품을 골라 게임포커스 기자들이 직접 플레이 해보고 게임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물론,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지 받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Studio Wheel이 출시한 '모험가 이야기'는 인기 인디 게임 'Life is a game : 인생게임'의 개발자가 제작한 작품으로 중세 판타지 속 모험가가 되어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고 선택하면서 나만의 모험을 즐기는 텍스트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90년대 유행한 머드 게임 감성에 로그라이크를 더한 인디 게임 모험가 이야기를 직접 즐겨보았다.

 

백인석 기자
국내에서 하나의 게임이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인디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 그런 의미에서 '인생게임'을 통해 이름을 알린 'Studio Wheel'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인생게임을 개발했다"는 말로도 이 개발 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을까.

 

'Studio Wheel'이 개발한 신작 '모험가 이야기'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규칙을 더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선택과 그 결과를 통해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 패키지 형태의 상품을 구매하면 전투 결과를 건너 뛰거나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등의 여러 혜택들이 있지만, 물론 별도의 과금 없이도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상위권에도 진입한 바 있다.

 

한 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도 10분 내외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게임 오버와 엔딩을 경험하게 된다. 대신 원하는 결말에 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대부분의 선택지에서 확률 요소를 더했기 때문이다. 제공되는 스크립트나 상황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 게임의 흐름을 금세 파악할 수 있지만, 확률의 장벽에 가로막혀 허무하게 게임이 끝나는 경우도 많더라. 처음 몇 사이클까지는 의욕이 붙지만, 이후부터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절실한 것은 새로운 루트와 상황을 추가하거나 전투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의 작업이 되겠다. 단기적인 플레이 경험은 나쁘지 않지만,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모바일 게임은 더 먼 곳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나. 물론 '인생게임'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줬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봐야겠다.

 

한줄평: 확률의 기적, 감나빗의 악몽

 


 

신은서 기자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 현재의 그래픽화 된 게임만 봐온 게이머들은 생각하지도 못하겠지만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하던 그 시대에는 인터넷 화면에 사진 하나 띄우는 것은 시간과 금전적으로 큰 대가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그림을 배경으로 하는 대신 지금의 이모티콘처럼 텍스트로 배경을 만들고 그 배경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긴 텍스트로 표현했던 머드 게임이 흥행했다. 머드 게임의 경우 텍스트로 만든 배경이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에 텍스트를 통한 세세한 세계관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알기 쉽고 유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게임의 재미와 직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술과 함께 그래픽 기술이 발전된 최근에는 머드 게임의 이런 재미를 느끼기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 때문에 머드 게임 감성을 가진 모험가 이야기가 출시된 것에 더 흥미를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모험가 이야기의 설정은 심플하다. 남들과는 다른 모험을 즐기고 싶어 모험가가 되어 모험가 미션을 해결하거나 미지의 곳을 탐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약한 적부터 이것은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인가 싶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도 만나고 엘프에 서서 엘프의 땅을 침범한 인간을 물리치거나 반대로 새로운 주거지에서 농성 중인 엘프를 몰아내는 등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분기 선택에 따라 엔딩도 달라지는데 스토리 엔딩 전에 죽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엔딩의 종류가 기대했던 게임의 볼륨보다는 높은 편이었다. 다만 로그라이크 게임 특성 상 반복 플레이를 여러 번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다만 분기점의 종류가 조금 더 세분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점은 이 게임의 전투였다. 이 게임에도 힘, 체력, 지능, 민첩 등 성장에 따라 증가시킬 수 있는 스탯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스탯은 전투보다는 특정 상황을 유리하게 진행하거나, 혹시나 전투에서 지거나 선택을 잘못했을 때 목숨 연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대신 전투는 말 그대로 확률 싸움이다. 주어진 턴 내에 공격력과는 상관 없이 확률을 뚫고 다섯 번만 타격하면 적을 이길 수 있었다. 물론 장비 성장으로 공격 명중률, 회피율 등을 높일 수는 있으나 낮은 확률이라도 상대에게 타격을 연속으로 주면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90%의 확률로 질 것 같은 적을 사냥하는데 성공하거나, 반대로 90% 확률로 잡을 수 있는 적에게 죽기도 생각지도 못하게 평범한 죽음 엔딩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요소는 주사위로 확률이 정해지던 TRPG가 떠올라 진짜 예전 감성이 느껴져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워낙 게임 한판 당 플레이 타임이 짧기 때문에 금방 여러 엔딩을 볼 수 있으므로 간단하게 오고 가며 스낵 게임 대신으로 짧게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

 

한줄평: 서리거인 확률로 이겨버렸다.

 


 

박종민 기자
3인 인디게임사 스튜디오휠이 '모험가 이야기'를 출시하며 로그라이크 게임에 도전한다. 

 

'인생게임'으로 2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스튜디오휠의 신작 모험가 이야기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의 게임으로 TRPG의 재미요소와 픽셀아트가 특징인 게임이다. 캐릭터는 힘, 민첩, 지능, 카리스마, 건강, 지혜 수치가 생성시 랜덤으로 결정되며 이러한 능력치가 선택지의 성공 확률에 영향을 끼친다. 

 

로그라이크 게임인 만큼 '생존'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살아남고 다양한 선택지를 선택해 장비를 맞추느냐가 이 게임의 핵심이자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낯익은 배경음악을 중심으로 보여지는 픽셀아트는 이 게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문의 텍스트를 이러한 요소들이 중화시켜주기 때문. 

 

하지만 첫 엔딩을 보고 나서 다회차 플레이를 할 때 이 게임이 가지는 다소 빈약한 볼륨은 아쉽다. 어떠한 목적없이 반복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며 전투역시 단조롭다. 개인적으로는 각 스탯의 의미를 살린 보다 다양한 전투 패턴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한마디로 다양성면에서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를 얼마나 빠르게 채워넣느냐에 따라 이 게임이 전작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을지를 판가름하는 주요 요소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모뎀의 통화연결음과 함께 자란 머드게임 세대로서 이 게임이 가지는 텍스트 로그라이크라는 지향점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잠들어 있던 아재들에게 그 어릴적 추억을 잠시 떠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줄평: 얘들아 옛날 아저씨들은 이런 게임 할려고 통신비 썼다.

 


 

김성렬 기자
우선 첫인상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래픽과 진행 방식 등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흔한 모바일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픽셀로 구성된 그래픽과 중세 판타지와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이 인상적이며,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인 만큼 편하게 단편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플레이 할 수 있었다.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진행하는 방식인 만큼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다른 장르에 비해 크게 와 닿고 또 그 선택하는 과정이 즐겁다. 엔딩 수집과 점수 경신을 위한 반복적 플레이,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텍스트에 적절하게 강조 효과가 들어가 있다거나, 단순히 텍스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일러스트로 해당 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도 호평하고 싶다.

 

다만 장르의 한계와 특성상 준비되어 있는 선택지와 상황들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면 게임의 재미가 크게 하락한다는 점이 아쉽다. 게임의 볼륨이 작게 느껴지는데, 로그라이크인 만큼 어느 정도는 상쇄되는 단점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선택지, 랜덤 인카운터, 스토리 업데이트가 병행되어야 할 것 같다.

 

모험가 커스텀과 무작위 시작은 둘 다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편이다. 커스텀은 보석을 소모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수월하고, 무작위는 운으로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확률이 거의 핵심인 진행 방식 때문에 스탯이나 전투력과는 상관 없이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있으니 감안하자.
 
무기 및 아이템, 엔딩, 적 정보 등 각종 수집 요소들도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최근 볼 수 있는 MMORPG들의 도감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그 방향과 목적은 확연히 다르다. 강제적이지 않고 부담도 적다. 보다 게임의 재미와 볼륨을 크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플레이 초기에는 어떤 이벤트에서 어떤 아이템을 얻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색적이지만, 결국 장르와 게임 방식의 특성상 한계가 존재해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류 장르가 아님에도 과감하게 도전한 점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게임의 기반은 잘 다져져 있는 만큼 볼륨과 콘텐츠가 적절히 더해진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줄평: 최고의 그래픽 카드는 인간의 상상력이다

 


 

이혁진 기자
스팀에서 화제를 모은 텍스트 기반 로그라이크 작품들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는 케이스가 늘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차에 모바일에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 있어 플레이해 봤다. 모험가 이야기가 그 주인공으로, 불합리한 랜덤 요소에 기반해 죽어가며 패턴을 익혀야 했던 'ORD.'나 고전 RPG북 느낌을 주던 '소드브레이커 더 게임'과는 꽤 느낌이 다른 게임이었다.

 

모험가 이야기는 스토리 감상을 메인에 두고 캐릭터의 성장도 형식적으론 구현되어 있어 RPG를 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운도 필요하고 선택도 중요해 한번에 끝나는 게임도 아니었고, 도감을 채우는 등 반복 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요소도 있어 게임 기획을 모바일과 장르에 맞춰 고심한 느낌을 받았다.

 

로그라이크답게 누적 플레이로 스탯을 쌓아 그를 기반으로 상황을 타개해 새로운 전개를 만나고 할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는데 구성을 잘 한 것 같다. TRPG를 AI 마스터에게 맡기고 혼자 플레이하는 느낌이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 이런 장르의 변주가 더 많아지고 괜찮은 결과물이 많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고, 업적을 정리해 콘솔 버전을 내도 좋을 것 같다.

 

기존에 PS 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게임들보다 훨씬 정교하고 재미있는데, 근래 PS 스토어에는 다양한 장르, 규모의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으니 국내 개발사들이 활동 영역을 모바일에 국한짓지 말고 시야를 넓히면 좋겠다. 스튜디오 휠이 힘내서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을 내 주길 기대해 본다.

 

한줄평: 트로피만 붙으면 더할 나위 없겠어. 얼른 플스로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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