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전쟁의 역사. 진주만 기습전 3부

등록일 2010년10월11일 15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잠자는 거인의 포효
"선전 포고 직후 미국 함대 및 그 기지를 철저하게 때려 부숨으로서 그들의 전의를 소실시킨다" 그것이 바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전략이었으며, 당시 연합 함대의 기본 방침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기본 생각은 암호가 노출됨으로서 이미 미국에 알려져 있었고, 반면 지나치게 보안에 신경 쓴 나머지 마지막 문서의 전달을 늦춤으로서-무엇보다도 암호문 해독기의 개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에- 선전 포고 문서가 늦게 전달되고 마는 황당한 사고로 인하여 그의 과감한 작전은 깨어져 버렸다.

결국, 일본으로서는 철저한 대비와 수많은 행운에 힘입어 거의 완벽한 기습을 성공시켰지만, 이는 불법 침공으로 인식되어 미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옴으로서 전의를 소멸시키겠다는 중대한 목표를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외교 상의 실수. 이것이 완벽한 작전의 오점으로 남았다
승전을 기뻐하는 병사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이 작전으로 인하여 미국은 태평양 함대의 상당 부분을 손실하고 좌초된 함선으로 인해 항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침몰한 애리조나에 의해 파이프가 끊긴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수많은 소방사들의 희생적인 노력 끝에 연료 탱크를 보호하여 섬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더욱이, 당시 순찰 중이던 항모 3척은 손상을 입지 않았기에 후일 미드웨이 해전에서 대승으로 역전의 가능성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미드웨이 해전은 무엇보다도 일본의 암호를 완전히 해체함으로서 얻은 정보의 승리였는데, 같은 이유로 암호가 누설되어 행방이 드러난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 역시 1943년 4월 18일. 솔로몬 상공에서 암살되고 말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일을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결국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사례라고 할까?

하지만, 아무리 일본에 운이 따라주었다고 해도 해전에서의 항공기의 가능성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과 철저한 준비가 없었다면 진주만 공습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며, 한편, 아무리 미군에 운이 따라도 막대한 생산력과 암호를 통한 정보 확보의 이점을 얻을 수 없었다면 미군은 결코 태평양 해전을 승리로 끝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언뜻 운이 따르는 듯 보이는 그 상황에서도 결국 운이 아닌 노력과 진보된 능력이 모든 것을 가늠한다는 것을 이 전투는 진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 도쿄폭격대

두리틀 폭격대. 실질적인 편도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이렇듯 완벽하게 치르어진 작전에 대해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일본에 반격을 할 것을 명했다. 그리하여 항모에서 B-17 폭격기를 출격시켜 도쿄를 폭격한다는(그리고 귀환하지 않고 중국에 불시착한다는) 너무도 황당무개한 전술이 세워진 것이다. 그리하여 1942년 4월 2일. 두리틀 대령의 지휘 아래 그 작전이 시행되었다. 전략적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 작전. 그러나, 언뜻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이 작전은 피해 자체는 거의 없었지만, 일본에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결국 전략적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했다.

게임으로 즐기는 태평양 해전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에서 항모를 주역으로 항공기에 의한 대결이 중심이 된 태평양 해전. 무엇보다도 미국이 참전했던-그리고 당연히 승리했던- 가장 중요한 전쟁 중의 하나. 그런 태평양 해전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 작품으로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발매되었던 1942. 미드웨이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공중전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것이 1994년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 마이크로 프로즈에서 발매한 <1942:태평양 공중전(The Pacific Air War)>을 주축으로 한 비행 시뮬레이션들. 공중전 만이 아니라 전략 모드로서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을 시작으로 수많은 비행 시뮬레이션들이 2차 대전의 공중전.

특히 와일드캣이나 헬캣과 제로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데, 진주만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놀랍게도 액티비전, 위저드웍스, 사이몬&슈스터 등의 회사에서 나온 "액션(슈팅?)" 게임 뿐.(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당해 버린 진주만 전투를 비행 시뮬로 낼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미군 병사의 입장에서 공격해오는 일본군 공격기나 뇌격기를 격추시키는 게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실제의 진주만에선 멋진 공중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액션 게임들이 다수 존재한다

공중전이 아닌 해전 그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SSI에서 발매되었던 <위대한 해전(Great Naval Battle> 시리즈도 있다. 총 4개의 시리즈가 발매된 이 작품(동서게임채널을 통해 국내에도 전부 출시되었는데, 특히 1, 2편은 플로피로 되어 있고 그 케이스가 웬만한 가방보다 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에서 플레이어는 소형의 구축함에서부터 항모에 이르는 다양한 함선들을 지휘하며 전술, 혹은 전략 시나리오를 체험할 수 있는데 전함끼리의 포격전에서 항공기를 이용한 뇌격전까지 다채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프린스오브웨일즈 같은 전함으로 야마토나 비스마르크와 대결하면 도대체 거함거포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전함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서로 수백발의 포탄을 날려 포탄이 다 떨어졌음에도 상대가 건재할 때 한숨 밖에는 안 나오는 것이다.)

위대한 해전. 함대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강철의 포효.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게 아쉬울까?

물론, 함대전으로 보자면 현재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네이비 필드> 역시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액션성으로는 <삼국지> 시리즈로 잘 알려진 KOEI의 <강철의 포효> 역시 나쁘지 않다. "해상 전투 액션"을 내세우는 이 작품은 박력 넘치는 전투라는 측면에서 묘미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태평양 해전 전체를 전략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헥스 스타일로 구성되는 미국의 전략 게임 <태평양에서의 전쟁(War in the Pacific)> 같은 작품도 있다. 하지만 역시 국내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건 -역사 왜곡이니 뭐니 말이 많지만- <삼국지>시리즈와 조금 통하는 면이 있는 KOEI사의 <제독의 결단>이 아닐까? 현재 4편까지 나와 있는데, KOEI팬이 많은 만큼 국내에서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



미국 입장의 전략 게임?


제독의 결단 시리즈. 역시 국내에선 이게 익숙할까?

그렇다면, 보병의 입장에서 체험할 수는 없을까? 태평양 전쟁의 육상전은 정말로 끔찍한 것이었지만(죽창 부대가 등장하지 않나, 집단 할복에 투신이 비일비재하고…) 그래도 즐기고 싶다면 <메달 오브 아너: 라이징선(Rising Sun)>을 플레이하면 된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병사로서 얼마든지 싸울 수 있을 테니.

영상으로 즐기는 진주만

그야말로 나사 하나까지 보이는 cg의 공중전이 인상적인 작품
격전의 현장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진주만에 대한 영상이라면 역시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동명의 작품, '진주만(Pearl Harbor)'를 손꼽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한편으로 진주만에서의 기습 그 자체의 영상, 그리고 주역 두 사람의 억지 드라마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일본 측의 준비나 진행 과정 등이 거의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객관적으로 진주만 전역을 바라보기에는 어렵다고 할까? 대서양 상공의 공중전이나, 진주만 전투 등은 2차 대전 팬으로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이지만, 세 주역의 우정이나 로맨스 등은 어설픈 느낌이 강하고 무엇보다도 초반을 지루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질서있고 엄숙하기 이를데 없는 일본군. <도라도라도라>는 당시 연합 함대의 위용을 충실히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35년 전(1970년)에 20세기 폭스사에서 만든 영화 '도라!도라!도라!'는 -비록 3D 영상이 없다는 면에서 눈앞에서 폭탄이 터치는 박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야마모토 제독의 연합함대 사령장관 취임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결국 야마모토의 독백으로 마감한다는 점에서 진주만에 비해 보다 공정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큐멘터리를 보듯 하나하나의 사건을 충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개전 당시 일본 연합 함대의 질서정연한 모습과 미군의 들뜬 모습을 비교해 보면, 진주만 작전의 성공 원인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

진주만 전투의 전모를 보다 명확하게 보고자 한다면, <도라!도라!도라!> 쪽이 보다 충실하다고 할까? CG로는 느낄 수 없는 묘미 역시 하나의 특성(다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그만큼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쉽다).

그 밖에도 진주만 전투는 여러 작품에서 묘사되곤 했는데, 국내의 TV에서도 방송했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전쟁 드라마에서도 부분적이나마 이 상황을 느낄 수 있다.(단, <사랑과 전쟁>은 영화로는 그다지 그려지지 않은 미드웨이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2차 대전을 전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특히 유태인 학살 등).

조금 다르지만, SF영화 <파이널 카운트 다운>에서는 갑자기 시공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니미츠급 원자력 항모가 당시의 하와이 근해에 도착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나구모 제독의 연합 함대를 발견하고 역사를 바꾸는가, 마는가 하는 상황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온다는 어찌 생각하면 상당히 유쾌한 작품이라 할까?(중간에 잠깐 펼쳐지는 제로기와 F-14의 대결부터가 재미있다.)

진주만. 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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