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개최 'BIC 2023', 이득우 심사위원장 "인디게임의 가치, 참신함보다 IP 창출 관점으로 옮겨가고 있어"

등록일 2023년09월01일 09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된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경쟁 부문 출품작들의 심사를 지휘한 이득우 심사위원장이 2023년 출품작들의 전반적 수준에 대한 소감, 인디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인디게임의 가치를 '참신함'에 둘 것인가, 익숙함 속에서 좋은 메시지와 콘텐츠를 담고 IP를 창출하는 쪽에 둘 것인지를 고민했다는 소회와 함께 후자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해 기자를 놀래켰다.

 



 

부산 벡스코에서 8월 25일 시작돼 27일 막을 내린 BIC를 돌아보며 이득우 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옮겨본다.

 

출품작들 수준 대단했어, 인디게임 흐름은 참신성보다 익숙함 담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느껴
이혁진 기자: 먼저 이번 BIC 출품작들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장소를 벡스코로 옮겨 진행된 것에 대한 생각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이번에 정말 많은 작품이 출품됐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 심사분과 위원들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심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을 정도로 알찬 게임들이 많아 그 중에서 수상작을 걸러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사 경향이 작년, 재작년부터 인디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이 달라졌다 느끼고 올해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인디게임이라고 하면 참신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되어 참신한 게임을 발굴하자는 슬로건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물론 '실험성'이라는 심사 장르가 있습니다만, 인디게임이 참신함으로 대표되기보다는 익숙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 행사를 진행하고 인디게임 태동기에는 플랫포머 장르를 비튼 스타일이 참신하다, 재미있다고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작품이 너무 익숙해진 시대이죠. 앞으로 또 10년이 지난 미래를 생각해 보면 참신함보다는 익숙함을 담은 '좋은 인디게임'이란 무엇인가, 참신한 게임도 계속 나오겠지만 익숙함 속에서도 좋은 게임 나온다는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이번에는 특히 익숙하지만 인디스러운 게임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행사를 벡스코로 옮겨 치뤘는데, 매년 심사를 보며 느끼는 것이 인디게임, BIC가 하나의 개발자 컬쳐에서 산업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창작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때에 행사장을 옮겨 좋은 환경이 되었고, 인디가 열정, 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의 일부라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뜻깊었다 생각합니다.

 



 

상업성과 참신함 사이에서 심사에서 고민을 하셨을 텐데 비중을 어느 쪽에 두고 진행하셨나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작년까지는 참신함과 익숙함으로 놓고 봤을 때 참신함에 좀 더 기준을 두고, 참신함에 70% 정도까지 비중을 두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익숙함을 담은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고 특히 올해는 익숙함을 담은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인디게임 씬에서 유행하는 카드 덱빌딩, 로그라이크, 뱀서라이크 장르 작품이 많았죠. 이런 장르들이 예전에는 참신하던 것이 이제는 익숙해진 것입니다. 올해는 그련 면에서 참신함과 익숙함에 반반 정도로 비중을 두고 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문법, 메카닉의 참신성보다는 이런 메카닉으로 전달하려는 콘텐츠, 메시지, 주제가 얼마나 참신하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뱀서라이크 작품이 엄청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작품으로 어떤 콘텐츠를 전달하려는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죠. 익숙한 스타일의 게임이라도 인디 개발자의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다양하게 담기면 되지 않나 합니다.

 

올해 심사에서는 참신한 메카닉보다는 새로운 IP를 창출하는 작품인가 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국내외 인디게임 퀄리티가 매년 올라가고 있는데 심사 기준이 바뀌거나 새로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심사 분과를 운영하며 위원장이라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진 않습니다. 1/n 권한으로 결정하는 수평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으로, 심사 위원들과 평등한 지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만 대표로 나서는 것 뿐이죠.

 

좋은 게임이 무엇인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임을 정말 많이 플레이하고, 자발적으로 한달에 400~500개를 플레이하고 심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과 좋은 게임, 올해의 좋은 게임이 무엇이었는지 토론하고, 커넥터즈의 20대 젊은 친구들의 의견도 수렴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은 인디게임을 찾아내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AI는 양날의 검, 생산성 높이지만 게임 근간 흔들고 커뮤니티 반감 살 것
그래픽에 AI를 활용하는 부분은 심사 기준에 어떻게 적용하고 계신가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솔직히 올해는 관련 규정이 없었습니다. AI가 근래 크게 부상한 분야라 출품 기간과 겹치지 않은 면도 있었고요. AI는 양날의 검이라 생각합니다. AI 자체가 소규모, 1인 개발에서 못하던 창작성을 높여주는 면이 있는 반면 게임의 아이덴티티인 원화 등을 AI로 작업하면 게임의 근간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라 논란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 행사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관련 논의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 내년 BIC에서 AI 도입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논의하고 따로 발표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AI를 써서 만든 게임이 있었는데 바로 티가 나더군요. AI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으로 티가 나고 유저들이 바로 알아차리는 상황입니다. AI를 활용한 창작에 커뮤니티의 거부 반응이 큰데 사용할지 여부는 개발자의 몫이지만 결국 인디게임과 같이 팬심이 중요한 창작물에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보면 지금은 오히려 독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부 작업에는 효과적 툴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니 이제부터 심사분과의 의견을 모아 정리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디게임 심사에서 표절 문제도 판단이 어려운 문제일 것 같은데, 출품 경쟁이 심해지고 어워드도 있고 한 상황에서 기준을 어떻게 정해 진행하고 계신가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표절이 사람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표절에 대한 견해가 너무 다릅니다. 진행하는 방법은 우선 심사위원들이 게임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이 게임은 표절게임인 것 같다는 의견, 인디게임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남기도록 하고 최종 취합 때 의견을 보고 다시 한번 검토하는 절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이 표절인지, 단순 오마쥬인지 논의하는데,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해 보면 다른 게임 메카닉이기도 하고 단순히 보여지는 것으로 표절이다 아니다 판단은 영상매체에서나 가능할 테고 게임은 플레이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플레이해보는 것을 중요시하고 심사 때마다 플레이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비주얼적으로만 판단해 손쉽게 결론을 내리려 하기보다는 게임 플레이 상 차이가 있으면 비주얼 유사성이 있어도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비주얼적으로도 정말 너무 똑같으면 표절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심사위원들로만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니 비커넥터즈 의견도 청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에셋 사용에 대해 체크하게 심사 시스템에 넣어서 개발자가 이 에셋이 자기 것인지 아닌지 체크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외부 사운드를 갖다 썼는데 너무 좋아서 오디오 부문 수상작에 선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신고에 대해서는 개발자 자율에 맡기고 있고, 당연히 신고하지 않았는데 사후에 드러나면 번복 가능한 시스템과 절차도 갖춰놨습니다.

 

BIC 메이저리그로 진입한 느낌, 영향력 키우면 글로벌화는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
BIC를 오래 지켜보시고 국내외 인디게임 흐름도 잘 아실 텐데, 국내 인디게임 시장에 필요한 것은 뭐라고 보시나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산업화, 상업성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시절 저와 인디게임을 같이 만들던 분들이 이제는 40대 중후반이 됐는데, 애도 낳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 청년 시절 작품활동을 하던 때와는 다른 고민을 하더군요.

 

산업에서 지속성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인디에서 재능있는 분들이 계속 창작활동을 하려면 산업적 기반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BIC에서 인디게임이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인디에서 스팀 시장을 많이 목표로 하는데 스팀이라는 표현도 광범위하고 개척할 시장도 많습니다. 지금은 싱글플레이나 과거에 했던 형태의 스탠드얼론 게임이 많이 등장하지만 멀티플레이로 눈을 돌려도 다양한 장르로 확대할 여지가 많죠. 발전할 수 있는 요소도 많고 기술도 발전하니 소규모 개발로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산업적 토대가 올해 기점으로 많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올해는 특히 루키 부문의 약진이 보이는데 많은 작품이 출품됐고 잘 만든 작품도 많습니다. 기술 발전이 창작자 연령대를 계속 낮추고 젊은 창작자들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벡스코로 행사 장소를 옮긴 BIC가 지향해야 할 목표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멀티플레이 온리 게임잼도 열리고, 인디 씬에서도 멀티플레이 게임에 대한 관심은 커진 것 같습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기술적 부분으로 업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최근 멀티플레이 관련해서는 과거 화려한 게임이 대규모 개발에서만 가능하던 것이 엔진의 발전으로 개발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멀티플레이 기능이 많이 올라와서 소규모로도 멀티플레이 게임을 잘 만들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사실 지금 큰 기업들도 성공한 작품을 처음 만들 때는 소규모로 시작해서 키워나갔죠. 인디게임도 다를 것 없다고 봅니다. 인디게임이라고 그런 길을 못 가느냐고 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멀티플레이 게임이 싱글플레이 시장보다는 크다고 보고 기술 도움을 받아서 우리가 좀 더 산업에서 진출할 영역을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BIC 차원에서 멀티플레이 게임에 더 힘을 줄 것은 아니고요. 심사에서도 이미 멀티플레이어 심사가 따로 있습니다.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의견으로, BIC 조직위원회나 스폰서들이 같이 할 일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수상 분야가 좀 적다는 의견도 있던데 다양한 분야, 다양한 방식으로 상을 줄 계획은 없나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매년 규정이 있고 행사가 끝나면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서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급진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지난해 비커넥터즈 의견을 반영해 올해 실제 반영된 부분도 있고, 개선점을 수집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규정을 고치고 내년에 반영하는 합리적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BIC가 지난 9년 동안 가장 발전한 점은 뭐라고 보시나요, 1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향후 방향성에 대한 견해도 듣고 싶습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2015년 BIC를 처음 만들 때 슬로건이 '인디 개발자의, 인디 개발자에 의한, 인디 개발자를 위한 행사'를 한다는것이었습니다. 인디 개발자들이 모여 행사를 하다보니 굉장히 힙한 분위기였죠.

 

일부러 컨벤션을 피하고 예술의 전당 야외공간에서 천막을 치고 행사를 하고 비가 내리는데 컴퓨터가 젖고... 태풍까지 오니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부산항 컨벤션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오는 행사가 됐습니다. 올해는 스폰서 기업만 17개가 유치됐는데, 산업에서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이 2015년의 시선과 지금 인디게임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후원규모가 달라졌고, 인디게임이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행사를 함께한 인디 개발자들도 9년이 지나 이제는 어른이 되었죠. 젊은 시절 함께 BIC를 만들어 쭉 달려와 돌아보니 지금 인디게임 생태계로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뭘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20대 때야 밤새 집에서 개발하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것도 좋았지만,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북유럽같으면 모를까 한국은 기반 시설이나 제도가 없어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BIC가 10년이 되어가는 관점에서 루키, 이제 진입해 올라오는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개발의 꿈을 계속 가질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무리해서 벡스코로 온 것이고 BIC가 재도약하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벡스코에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것으로, 조직위가 정한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요청이 많아 거기 응답한 것입니다. 중론을 모아 정해진 것이고 한국에 맞는 인디게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숙제를 하나 해결한 것이라 봅니다. BIC가 향후 참신함을 넘어 익숙함과 균형을 맞추는, 게임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해외 출품작을 강화할 게획은 없나요
이득우 심사위원장: 한국시장이 해외 입장에서는 꽤 규모있는 시장이고, 해외에서도 기회를 찾아서 한국을 찾아와 전시하는 것이죠. 행사가 더 커지고 영향력이 생기면 글로벌화는 자동적으로 이뤄질거라 생각합니다.

 

인디게임 중 '스트레이'나 '하데스'처럼 크게 흥행하는 게임도 나오고 있고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게임이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흥행작이 BIC 출품작에서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저희가 정말 원했던 것이 그런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넥슨에서 만든 '데이브 더 다이버'도 인디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게임이 많이 출품됐고 니칼리스나 디볼버 등을 통해 작은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많았는데 메가 히트작은 아직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꾸준히 계속 발굴하고 관심 가져주시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수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계속 지원해 '데이브 더 다이버' 같은 작품들이 BIC를 통해 소개되고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득우 심사위원장: BIC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인디게임, 하나의 콘텐츠 제작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다양한 세대가 뭉치게 발전했다 생각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은 행사를 정말 잘 활용해 주시고 계속해서 공유해 주시고, 내년에도 함께 같이 이야기 나누며 소통하고 발전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BIC와 동반 성장하며 서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개발자 여러분도 의견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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