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2020년 주춤했던 VR 게임, 2021년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어낼까

등록일 2021년01월05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세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힘든 해를 보냈던 VR 게임산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부 활동이 뜸해진 가운데, 실내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여가수단으로 게임이 각광받은 것. 매년 감소세를 보이던 게임 이용률은 5년 만에 70%를 돌파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에는 17조원까지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코로나19 시국에도 게임산업은 웃었지만,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던 만년 기대주 VR게임산업만큼은 웃지 못했다. 닐슨 산하 조사기관 슈퍼데이터(SuperData)에 따르면, 헤드셋 매출을 제외한 2020년 VR 게임시장의 규모는 29억달러(한화 약 3조원)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국내 VR 게임 이용률 역시 전년대비 1.2% 가량 감소한 7.7%로 이용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1월+12월)'

 

이에 한콘진 측은 '2020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1월+12월)' 보고서를 통해 VR 게임시장의 2020년 성적을 '흐림'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호황 속에서도 VR 게임산업은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요 업체들도 시장 철수를 계획하는 등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다만 2021년 VR 게임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2021년 VR 게임산업이 진짜 만년 기대주에서 게임산업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HMD 대중화 한 걸음, 콘텐츠 가뭄은 제자리

 


 

2015년, 'HTC Vive'나 '기어VR' 등 현실적인 가격대의 기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VR 게임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다만,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VR은 만년 유망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게이머 및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은 '타 게임 기기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과 'VR로 즐길 수 있는 핵심 콘텐츠의 부족' 두가지다.

 

VR 게임 시장 초기 발매된 기기들의 가격은 평균 60만원 선으로, 이들 대부분은 독립형 HMD가 아니기에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고사양 PC까지 맞추기 위해서는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야 했다. 더욱이 이처럼 거금을 들여 VR을 구매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게임과 비교하면 VR 전용 게임들의 완성도가 아쉽기에 게이머를 비롯한 시장의 기대감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VR 게임보다는 교육, 시뮬레이션 등 기타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역시 VR용 HMD가 지닌 가정용 게임기기로서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다시금 가정용 VR 게임 기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VR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가 2020년 9월, 자사의 신형 HMD '오큘러스 퀘스트2(Oculus Quest2)'를 선보인 것. 299달러(한화 약 33만원)의 가격대에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2'는 독립형 HMD인 동시에 PC와의 연동도 가능해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착용감을 대폭 개선해 HMD의 고질적인 문제인 무게감을 어느정도 개선했으며, 접근성을 높여 VR 입문 기기로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통해 VR 기기에 대한 접근 자체는 용이해졌지만 여전히 콘텐츠 부족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다. 밸브가 2020년 초 발매한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극한의 상호작용 요소들을 탑재해 최고의 VR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한해에도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제외하면 VR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별다른 기대작이 등장하지 않았다. 콘텐츠의 수는 많지만,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킬러 타이틀'이 부족한 것.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제작 및 배포가 다수 지연된 점도 VR 게임시장이 수혜를 받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VR 아케이드, 업계 기대감도 줄어들어

 


 

고가의 HMD를 대신해 VR 카페 등의 소규모 체험 공간과 테마파크 형식의 아케이드 시장들이 VR 게임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질병 위기 국면이 대두되면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사실상 마비되었다. 아케이드 게임장이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어 영업이 제한되기에 이용자 수가 급감한 것.

 

다만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국내 VR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아케이드 게임장 중 VR 게임기기 및 어트랙션을 구비한 곳은 전체의 3%에 불과하며, 평균 구입 대수 역시 1.3대 수준이다. 기기 교체 주기에 대해서는 응답업체 중 100%가 “없다”라고 답해 얼마 남지 않은 어트랙션 기기조차 순환이 정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게임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VR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생각보다 더디면서 기업들 역시 의욕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콘진이 발표한 '2020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실감형 게임 제작 및 배급에 대해 약 50%의 업체들이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중 실제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곳이 73% 가량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역시 자사의 차세대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아직 별도의 VR 콘텐츠 계획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의욕적으로 VR 게임시장에 뛰어들었던 업체들 역시 짐을 정리하고 있다. 구글은 2019년, 스마트폰을 활용한 VR 기기인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의 판매를 중단하고 2020년 10월 중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까지 중단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증정해 VR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의 '기어 VR' 역시 2020년 4월부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중단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열쇠는 퀘스트2와 중국 시장, 판 커지기 전에 씨앗 뿌려둔다

 



 

이처럼 VR 게임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대폭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들도 있다. 그동안 VR 게임산업이 극복해야할 장벽 중 하나였던 기기의 성능 및 대중화가 '오큘러스 퀘스트2'의 출시로 인해 해결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앞으로도 VR 기기의 보급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VR 게임산업이 주춤하는 모양새였지만 아직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오큘러스 퀘스트2로 HMD 사양의 상향 평준화와 보급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두 계단 정도만 더 오르면 VR 게임의 대중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오큘러스 퀘스트2'가 향후 VR 게임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올 한해 목표를 '오큘러스와 친해지자'로 설정하고 오큘러스 퀘스트2에 자사 게임을 입점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라며 “오큘러스에서도 퀘스트 라인에 대한 산업부를 별도로 배치하고 프리미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욱 영향력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업체들도 HMD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향후 VR 게임시장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독립형 VR HMD 제조 및 온라인 VR 플랫폼 기업 피코인터랙티브는 최근 회전과 위치까지 추적하는 6DOF(6 Degrees of Freedom) 기반의 무선 HMD를 시장에 선보인 바 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독립형 HMD 개발에 착수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소식이다. 이에 향후 서구권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발(發) HMD 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2021년 '오큘러스 퀘스트2'와 중국에서 개발된 HMD로 VR 게임시장의 전성기가 찾아올 예정인 가운데, 국내 개발사들 역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VR 게임의 주된 문제 중 하나가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었던 만큼, 기기 보급이 이뤄지기 전에 먼저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 

 



 

VFX(시각 특수효과) 전문 스튜디오에서 최근 VR 게임 개발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엘리엇은 2020년 6월 VR 슈팅 게임 '팬케이크하우스'를 선보인 데에 이어 자사의 신규 타이틀 '윈드윈드'를 준비 중이다. VR 게임 대부분이 슈팅이나 시뮬레이션 등 특정 성향의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했던 것과 달리, '윈드윈드'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함을 추구한다는 것이 엘리엇 측의 계획. 게임은 개발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플랫폼에 맞춰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쓰로우 애니띵'으로 해외에서 한차례 좋은 평가를 받았던 비주얼라이트 역시 국내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비주얼라이트는 최근 중국의 VR 기업 피코인터랙티브와 협력해 자사의 대표 타이틀 3종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VR 기기 개발이 한창인 만큼, 앞으로도 자사의 게임들을 독립형 HMD에 담아낼 예정. 이 밖에도 2020년 중순 출시한 VR 슈팅 게임 '울프앤피그스'에서 시스템을 개선한 버전을 선보이고 '놈VR' 등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비주얼라이트 정성근 대표는 “코로나19를 과도기로 생각하고 상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많은 VR 게임 개발사들 역시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IP와의 협업 등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HTC Vive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 VR 게임은 여전히 차세대 게임 기대주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2020년, VR 아케이드 게임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지만 야속하게도 코로나19가 글로벌 전역을 강타하면서 산업의 진흥 역시 행방이 묘연해진 상황. 그럼에도 아직 VR 게임의 가능성을 믿고 수면 아래에서 도전을 이어나가는 개발사들도 있기에 VR 게임시장이 기대주 타이틀을 벗기는 아직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망주로 지목되는 VR게임산업이 2021년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게임포커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24. 4.10일 실시되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선거 운동기간(24. 3.28일 - 4.9일) 중 모든 기사에 대하여 댓글을 차단합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