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퀘어에닉스 '드래곤 퀘스트11', JRPG 역사에 남을 걸작 RPG

등록일 2018년09월13일 10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드래곤 퀘스트 11' 한글판이 발매되고 1주일이 지났다. 국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팬들에겐 꿈만 같은 한주간이 되었을 것 같다.

 

스퀘어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일본의 국민 RPG이지만 '파이널판타지'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시리즈였다. 그런 한국에 최신작이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어 호평받고 '드래곤 퀘스트'를 처음 접한 유저들의 감상이 쏟아지고 질문도 받는 한주간이었으니 말이다.

 

'드래곤 퀘스트 11'은 제대로 된 스토리, 캐릭터, 그래픽을 갖춘 간만에 나온 웰메이드 JRPG이다. 시리즈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시리즈 팬이라면 감동과 재미가 더 클 것 같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유저의 감상은 어떨지가 궁금해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드래곤 퀘스트 11'도 일본판은 물론 한국판도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한 접문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봤다.

 

본문 협력: 게임포커스 리뷰어 접문가

스크린샷 협력: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장점만 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픽과 스토리
'드래곤 퀘스트 11'은 장점이 참 많은 게임이다. 좋은 점만 꼽아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드래곤 퀘스트' 넘버링 전 작품 중 온라인게임인 10탄은 한국 서비스를 하지 않아 플레이 할 기회가 없었고, 10탄을 제외한 시리즈 내 작품 간의 비교 형식으로 장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점은 역시 그래픽이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11작품이나 되는 정식 넘버링 타이틀 중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기적과도 같았던 그래픽을 보여준 8편을 제외하면 언제나 '그래픽은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유저들의 인식이 있었던 시리즈다.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 11'은 달랐다. 언리얼 엔진4와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어 만화같은 화풍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다. 플레이하는 내내 아름다운 그래픽 덕분에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게임이었다.

 

사실 기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대단히 뛰어난 그래픽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필드와 마을의 디자인, 그리고 색상이 정말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서 계속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 시리즈 처음으로 승마가 등장했는데, 스토리 초반부터 말을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넓은 필드가 인상적이었다.

 


 

시리즈 팬으로서는 언제나 그래픽과 언어 문제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에게 추천을 쉽게 못하던 시리즈인데 이번 11편에서 처음으로 그래픽 면에서도 추천이 가능해진 것 같아 기쁘다.

 

이제까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아무리 훌륭한 게임이라고 어필해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 그래픽이 장벽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픽은 구매 결정에 있어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그래픽을 요즘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춘 바탕에 스토리 면에서도 기존 팬들에게도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직 플레이하지 않았거나 플레이중인 게이머들을 고려해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텐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중에서는 1992년에 출시된 시리즈 5탄이 팬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 10년간의 노예 생활과 탈출, 결혼, 자녀 출산 그리고 다시 10년간의 헤어짐, 성장한 자식들과의 재회까지 주인공의 고난의 인생을 그려낸 '드래곤 퀘스트 5'의 스토리는 오랜 세월 '드래곤 퀘스트' 팬들에게 부동의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시리즈 팬이 보기에도 이번 11탄은 그 5탄을 능가하는 엄청난 스토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드래곤 퀘스트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을 용사가 마왕을 물리친다는 동화같은 세계관은 변함이 없지만, 그 모험의 과정에서 겪는 일들과 만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성인용(성적인 의미가 아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밀도가 있고 플레이어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만이 아니라 이제까지 수십년 간 플레이한 게임 스토리 중 이렇게 많이 울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을 정도이다.

 

또한, 캐릭터를 보면, 캐릭터들이 예뻐졌다.

 

JRPG에서는 흔한 일이겠지만 사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는 미남, 미녀 캐릭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번 11편에서 대거 등장하는 미남, 미녀 캐릭터들이 전부 주인공 일행이라는 점도 시리즈 팬으로서는 놀라운 부분.

 


 

'드래곤 퀘스트 소드'와 '히어로즈'에서 토리야마 아키라 디자인의 미형 캐릭터를 보고 언젠가 '드래곤 퀘스트' 넘버링 작품에서도 그런 미형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랐는데 11탄에서 현실이 됐다.

 


 

단순하게 외모만 근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자기만의 확실한 이야기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다. 7명이나 되는 동료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산만해지고 존재감 없는 캐릭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유대깊은 최고의 동료들이 그려지는 게 11편이었다.

 

동료만이 아니다. 모험 중 만나는 주요 NPC들도 누구 하나 대충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플레이하는 내내 정말 믿음직스러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존 시리즈들에 비해 매우 편리해진 시스템과 풍부해진 콘텐츠

편의성이 시리즈 최고로 좋아진 것도 칭찬하고 싶은 부분.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레벨업 시 HP와 MP가 완전히 회복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난이도를 낮추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올라가는 전투 난이도로 이 점을 상쇄했다.

 

또 미니맵과 맵에 표시되는 퀘스트 NPC, 스토리 진행에 관한 정보를 주는 NPC가 표시되고, 월드맵에는 이벤트를 볼 수 있는 지역이 따로 표시돼서 진행의 힌트를 얻기 위해 전세계의 NPC와 대화하고 다녔던 '드래곤 퀘스트'는 이제 옛말이 됐다.

 


 

맵이 넓은 탓에 다음 마을까지 이동하는 도중 MP를 소모해 전멸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필드 곳곳에 캠프장이 설치되어 있어 여관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도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팬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변화점이다. 전 세계의 캠프장으로 순간이동도 가능하다. 심지어 던전 내에도 캠프장이 있는 곳이 있으며, 각 캠프장에서는 말을 불러낼 수 있어 캠프장으로 순간이동해 말을 불러 타고 다닐 수 있다.

 

서브퀘스트 개념이 본격화된 점도 큰 변화점이다. 서브퀘스트는 8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그리 본격적이지 않았고 퀘스트의 수도 적었다. 하지만 11편에는 60여개에 달하는 서브퀘스트가 존재하고, 퀘스트 보상으로 강력한 장비와 악세서리, 레시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보상 아이템들은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어 퀘스트 수행 동기를 준다.

 


 

서브 퀘스트의 스토리도 재미있는 것이 많고, 의외의 인연을 만나기도 하는 등 이 게임의 중요한 재미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비 제작이 가능하고 장비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도 큰 변화점인데, 장비 제작은 사실 8탄에서 연금술로 가능했던 요소다. 하지만 8탄에서의 제작은 그리 깊이가 있지는 않았고 연금술로 최강의 장비를 만든다던가 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11탄에서는 일반적인 MMORPG급의 본격적인 장비 제작이 등장했다.

 

전 세계 필드에 존재하는 채집 포인트에서 소재를 채취하고, 상인에게서 구매하고, 몬스터에게서 훔치거나 처치 후 드랍을 노려 소재를 모으고 책장과 상자를 조사하고 서브퀘스트를 클리어해 각종 레시피를 얻어 장비를 제작하는 재미가 대단하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장비보다 제작 장비가 더 많으며 후반의 최강 장비들은 대부분 제작 아이템이다. 제작을 주요 요소로 집어넣었지만 제작에 필요한 소재의 개수가 많지 않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아이템 크래프팅을 재미있는 요소로 만들었다.

 

장비 제작도 단순히 레시피와 소재만 있으면 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레벨에 따른 제련 스킬을 사용한 미니게임 형식이라 전혀 지루함이 없고, 제작에 실패하더라도 아이템은 완성되며 제련 스킬이 높을수록 강화도가 높은 (최대 +3) 장비가 완성되는 식이다. 강화도가 낮게 나오더라도 다시 만들 필요 없이 담금질로 강화도를 다시 부여할 수 있게 만들어 유저를 최대한 배려했다.

 


 

이렇게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고 변화한 만큼 볼륨도 매우 커졌다. 최종 엔딩까지의 스토리 진행과 보스 격파에 필요한 최소한의 레벨링 만으로도 약 80시간이 소요되고, 그 외 수집 요소나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에 약 20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10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보장한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큰 볼륨 덕분에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게임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여러 부분에서 '아니 이제까지 '드래곤 퀘스트'에는 이런 것도 없었어?' 싶은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드래곤 퀘스트'는 원래 그런 시리즈였다. 변화를 시도했는데 결과물이 좋다는 점에서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역대 최고의 JRPG로 꼽고 싶다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을 한번씩 플레이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는데, 눈물빼는 명작으로 꼽히는 텍스트 게임들보다 더 많이 울게 만든 게임이 '드래곤 퀘스트 11'이었다.

 

그만큼 슬프고 또 감동적이었다. 최고급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생각한다. 서구권 평가를 보다 보니 'JPRG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가 보이던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드래곤 퀘스트'의 상징이랄 수 있을 '레트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아닌 신디사이저 음원을 채택한 것은 실망스럽다. 최신 기술로 발전된 그래픽과의 괴리가 너무 심해서 귀에 거슬릴 정도이다.

 

곳곳에서 시리즈 전편들의 OST를 사용했기 때문에 팬심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는 실망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이런 단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정도이다.

 


 

'드래곤 퀘스트 11'의 배경이 된 로토제타시아는 정말로 매력이 넘치는 세계이며,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매력이 넘친다. 모험에 나서기에 최적의 세계이자 게임이 '드래곤 퀘스트 11'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일단 '드래곤 퀘스트 11'을 시작하면 엔딩을 볼 때까지 다른 게임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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