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신과함께'의 콘셉트 아트는 어떻게 탄생했나, 김현석 콘셉트 아트 감독이 말하다

등록일 2018년04월22일 13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광명동굴에 위치한 광명 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린 '2018 광명동굴 국제 판타지 페스티벌 미디어 데이'에서 영화 '신과 함께'의 콘셉트 아트를 담당한 김현석 감독이 참석해 '콘셉트 디자인은 판타지영화와 어떻게 만나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영화 '신과 함께'는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7개의 지옥을 표현한 판타지 콘셉트 디자인으로 호평을 얻어 천만 관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현석 감독은 영화의 기획 단계에서 영화의 실제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콘셉트 아트 200종을 공개하며 각 콘셉트 아트에 담긴 이야기들을 전했다.

영화 '신과 함께', 초기에는 현실 세계에 기반한 콘셉트에 초점


김현석 감독은 먼저 영화 기획 초기 단계에서 활용했던 콘셉트 아트들을 공개했다. 김 감독은 "영화 기획 과정에서 감독이 두 번 바뀌었다. 저승 세계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저승 세계를 바라보는 연출자의 관점과 해석이 변하기 때문에 감독이 바뀌면서 콘셉트 아트도 크게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에 따르면, 초기의 콘셉트 아트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많은 초점을 두었다. 열차의 경우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열차에 기반한 모습이며 저승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변호사, 대합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망자들, 입국 심사대 같은 저승의 입구 등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둔 콘셉트 아트들은 웹툰에 보다 가까운 모습이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초기의 기획안들이 대부분 수정되었다. 김현석 감독은 "'신과 함께'는 웹툰에 기반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김용화 감독 자신의 주관적인 철학과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어머니에 대한 소재들도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나왔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부각되어야 한다


초기의 현실과 닮은 설정화들이 대부분 바뀐 데에는 김용화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김현석 감독은 밝혔다. 예를 들어 초기 설정에서는 대화역 다음에 지옥의 '초군문역'이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은 이런 설정들이 오히려 스토리 몰입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죄인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는 업경의 경우 초기에는 연기가 형상을 이루는 방식을 기획했지만 이 역시 스토리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수정되었다고 김현석 감독은 말했다.


또한 초근문의 경우 드라마적인 요소를 위해 배경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배제했다. 김현석 감독은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초근문을 어머니의 뱃 속처럼 구현했다.여기에 2, 3부의 복선들을 위해 강림의 입장에서는 눈 앞에 아버지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으며, 이야기의 요소를 위해 판관들이 문을 둘러싸는 형태로 구상하게 되었다. 개찰구처럼 표현된 입구는 원작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영화에서 표현했다.


김현석 감독은 "대화역과 관련된 아이디어에 대해 자꾸만 아쉬움이 남아 에스컬레이터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지만 대부분 기각되었다"라며 "게임과 달리 영화에서는 주변 배경들이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지도를 통해 지옥의 콘셉트 아트를 효율적으로 공유

김현석 감독은 지옥이라는 생소한 배경을 만드는 데에 있어 지도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옥도 결국은 누군가 사는 곳이기 때문에 지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래픽 디자인 팀원들끼리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도를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각 지역은 기후를 바탕으로 구성하였다. 지도 덕분에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공유되는 정도가 크더라"라고 말했다.

많은 고민이 담긴 7개의 지옥들


이어서는 '신과 함께'에서 호평을 받았던 7개의 지옥에 대한 콘셉트 아트가 공개되었다. 김현석 감독은 먼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지옥에 대해 첫 번째 지옥인 '살인지옥'을 꼽았다. 그는 "처음 팀원들끼리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초기에는 세트 디자인도 담당했었는데, 만드는 과정을 고려하다보니 자꾸 작은 부분에만 집착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두 번째 지옥인 '나태지옥'에서는 영화 내에 등장하는 인면어와 관련된 일화가 소개되었다. 김현석 감독은 "김용화 감독 님은 한번 마음에 들면 두번 다시 그 설정화에 대해 더 그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인면어의 디자인은 한 번에 통과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장에서 공개된 설정화 중에는 물고기들이 모여 어머니의 얼굴을 만드는 설정화도 공개되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어 '거짓지옥'에서는 칼날 숲에서 등장하는 악귀들의 콘셉트 아트들이 다수 공개되었다. 등장하는 악귀들은 형벌을 받는 죄인들이 식물처럼 변한 것으로, 처음에는 얼굴이 드러나 있었지만 이후에는 얼굴을 가리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또한 재판장 내에 소나무들을 배치하여 재판장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지만 이는 기각되었으며, 대신 아날로그 디자인의 기계들을 통해 홀로그램으로 편지를 읽는 장면은 영화 내에 사용할 수 있었다.


김현석 감독은 "관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눈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했다"라며 이런 아날로그 디자인의 기계들을 거짓지옥에 사용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불의지옥'과 관련해서는 스튜디오 내의 영국 디자이너가 만든 악귀의 설정화가 공개되었다. 김현석 감독은 악귀에 대해 동양적인 느낌과 서양적인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또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불의지옥은 공사장 같은 느낌을 주어 차갑고 무감정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 


이어 김현석 감독은 '배신지옥'의 재판장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인물이 서 있는 장소에서도 인물들의 개성이나 정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최대한 배제한 결과 실제 영화 상에서는 많이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돌과 무중력을 테마로 한 '폭력지옥'의 경우 설정에 맞게 각 소품들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채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천륜지옥'에서는 모래를 중심으로 사막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한편, 자라를 모티브로 한 고대의 괴물, 아픈 엄마를 베개로 누르려던 자홍의 심리를 반영하여 밑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김현석 대표는 강연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었으며 영화가 잘 되어 기쁘다"라며, "'신과 함께'의 흥행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판타지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현석 대표와의 일문일답.

각기 다른 지옥의 콘셉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나
대자연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파도나 폭발, 태풍 등의 거대한 것들에 집중했다. 영화 작업 내내 색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원초적인 모습을 사용한 지옥이 있는가 하면,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사용한 지옥도 있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관객이 내용을 예상할 수 있거나 지루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계속 한가지 스타일의 디자인 만을 사용하는 것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물들을 그리는 작업에서 현실적인 요소들을 고려하기도 하나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상의 것을 그리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정말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웹툰을 보고 작업하는 경우와 시나리오를 보고 작업하는 경우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원작을 보고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원작을 바로 콘셉트 아트로 구현하는데에는 시나리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트북 발매 계획도 있나
계획이 있다. 아트북을 빨리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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