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월드 오브 탱크' 뮤직 2.0, 온라인게임 음악의 새 기준을 제시하다

등록일 2017년10월11일 11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워쉽' 등 전투 MMO 장르에 주력하고 있는 '워게이밍'이 온라인게임 음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뮤직 2.0'을 발표했다.

뮤직 2.0이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유저가 플레이중인 상황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하는 것으로, 실제 전차 구동음을 녹음해 효과음으로 적용시킨 워게이밍의 '게임 내 소리 강화' 작업의 다음 스텝이다.

뮤직 2.0은 '월드 오브 탱크'에 도입될 예정으로, 현장감을 높이고 유저들이 게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대개 온라인게임에서 음악은 론칭 시점에서는 주목받는 경우가 있지만 라이브 서비스중인 게임이 음악에 투자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워게이밍은 음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중이며 세계적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워게이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오잔 코코글루(Ozan Kocoglu) 워게이밍 APAC 총괄 대표 및 게임음악 거장 야마오카 아키라, 유명 밴드 '사바톤' 베이스 기타리스트 페르 순스트룀(Par Sundstrom)을 만나 뮤직 2.0과 뮤지션들과의 협업과정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왼쪽부터)야마오카 아키라, 오잔 코코글루, 페르 순스트룀

야마오카 아키라는 코나미에서 '사일런트 힐' 등 걸작 게임들의 음악을 담당하다 현재는 그래스호퍼 매뉴팩처의 사운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비디오게임을 오랫동안 즐긴 유저라면 그가 담당한 음악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페르 순스트룀은 스웨덴의 헤비메탈 밴드 사바톤의 베이시스트로, 사바톤은 전쟁, 전투를 주제로 쓴 곡들을 선보이며 내는 앨범마다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세계적 인기 밴드.

야마오카 아키라는 새롭게 제작된 '월드 오브 탱크' OST에 참여했다. 사바톤은 '월드 오브 탱크'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그들의 곡을 소재로 한 탱크가 게임에 추가됐으며, 사바톤 멤버들이 승무원으로 등장해 유저들을 놀래킨 바 있다.

먼저 뮤직 2.0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오잔 코코글루: 뮤직 2.0은 2016년 시작된 프로젝트다. 워게이밍에서는 1년 전 사운드 이펙트 강화를 위해 실제 탱크 구동음을 녹음해 30여개 탱크에 적용한 바 있다. 실제 탱크의 캐터필러 소리, 포탄 발사음 등을 녹음해 게임에 적용했다.

그런 라이브 이펙트 적용 다음 스텝을 준비하며 '월드 오브 탱크'의 배경음악이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기로 했는데 단순하게 새로운 음악만 넣는 게 아니라 맵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넣자는 생각을 했다.

일본 관련 맵에는 일본 스타일 음악을 넣고, 한국 관련 맵에는 한국 음악을 넣는 식으로 해당 지역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서 잘 맞는 음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지 아티스트들이 만든 곡을 녹음해 넣기로 했다.

사실 음악과 게임은 모두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음악은 비디오게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보고 있다.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사바톤을 소재로 한 탱크를 만든 것이었다. 사바톤과 '월드 오브 탱크'의 팬덤은 어느 정도 겹치는 면이 있다. 사바톤은 전쟁 관련 헤비메탈 밴드로 우리 전쟁 게임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통해 우리 게임을 더 좋아하게 될지를 연구했다. 사바톤 탱크에는 사바톤 밴드 멤버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승무원으로 적용했는데 유저들의 반응이 좋았다. 다음 스텝도 계속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플레이어가 플레이어에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일이 진행되기를 원했는데 사바톤 멤버들이 '월드 오브 탱크'를 즐기는 유저들이고 야마오카씨도 '월드 오브 탱크'를 오랫동안 즐긴 플레이어라 우리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잘 알기에 신중하고 좋음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야마오카씨는 자신만의 팬덤을 가진 뮤지션이다. 사바톤과는 다른 스텝을 가져가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야마오카 아키라가 일본 지도에 들어갈 새로운 사운드트랙을 선보일 예정으로 향후 '월드 오브 탱크'를 다운로드하면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대로 커뮤니티 콘테스트를 진행해 선정된 음악에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들어갈 자격을 줄 생각이다.

이 다음으로 준비중인 스텝도 중요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사운드를 한층 발전시킬 새로운 뮤직 엔진의 추가가 그것이다. 새로운 그래픽 엔진으로 HD 맵이 추가될 예정인데 그에 맞춰 매 배틀마다 액션에 따라 다른 음악이 제공되도록 하는 다이나믹 사운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패배가 가까운 상황이면 그런 상황을 반영한 음악이 나오고 팀이 승기를 잡으면 역시 그런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전차 구동음을 넘어 모든 효과음을 '리얼리스틱 사운드 이펙트'로 표현할 예정이다. 바람소리, 전차가 산, 숲, 늪지, 풀밭을 이동할 때의 소리들이 실제 소리로 적용될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포를 쏘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도록 할 것이다.

사실 온라인게임들이 개발 과정에선 음악에 신경을 쓰지만 라이브중인 게임이 음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건 많이 보지 못했다
오잔 코코글루: '월드 오브 탱크' 서비스를 진행해 오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해지고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월드 오브 탱크'는 이미 6~7년 정도 된 서비스 아닌가. 처음 시작할 때의 모습과 현재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우리 게임이 발전해 온 모습은 온라인 무료플레이 게임 중 최고가 아닐까 한다. 변화하면서도 처음 성격을 잃지 않는 게임은 우리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래픽이 발전하며 유저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게임의 경험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음악도 매우 중요하다. 음악에 투자하는 회사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워게이밍은 음악에 투자하는 게 유저들을 즐겁게 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생각이다.


사바톤은 성우 작업도 했고 얼굴도 게임에 나온다. 플레이어들에게 사바톤 전차와 멤버들이 공격받고 파괴되면 기분이 묘할 것 같은데
페르 순스트룀: 우리 팬들이 우리를 쏠 거라는 생각은 되도록 안하려 한다. 작업은 매우 좋았고 즐거웠다. 우리 자신이 게임에 캡쳐되어 들어간 건 처음인데 아이디어는 워게이밍이 냈다. 우리 노래를 소재로 한 전차를 좀 더 특별한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이야기하다 그런 의견이 나왔고 우리고 재미있을 것 같아 동의했다.

그 동안 사바톤 탱크가 굴러다니고 유저들이 공격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이상하긴 한 것 같다.(웃음)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적을 공격해 이기는 게 중요하니 승리를 위해 팬이라도 개의치 말고 공격하시기 바란다.

게임에 적용된 승무원 얼굴은 사실 내 얼굴과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진짜 병사처럼 강인하게 묘사된 것이더라. 밴드 멤버들이 모두 만족해했다.

오잔 코코글루: 사실 각 나라 승무원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그 나라 워게이밍 직원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적용한 것이다. 내 경우는 게임에 출연을 못했는데 왜냐하면 나는 일본지부에 있지만 프랑스인이라 일본 전차에 탑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프랑스 전차에 탔다면 좋았겠지만 시기가 안 맞았다. 프랑스, 터키 혼혈이라 향후 터키 탱크가 도입된다면 내 얼굴이 승무원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사실 야마오카씨와 페르 순스트룀은 서로를 질투하고 있는 것이, 사바톤은 탱크가 나왔는데 OST에는 참가를 못했다. 반대로 야마오카씨는 OST에는 참가했는데 본인을 소재로 한 전차가 없다. 향후 두 분이 원하는 걸 채울 기회가 생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야마오카씨는 비디오게임 음악 작업을 오랫동안 해 왔다. 온라인게임 음악 작업과 기존 작업 사이에 어떤 차이를 느꼈나
야마오카 아키라: 그 동안 패키지 게임 작업 경험이 많았기에 이번 작업이 나에겐 도전이었다. 패키지 게임은 한 번 만들면 끝인데 온라인게임은 업데이트도 있고 계속 수정되는 복잡한 게임 아닌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이걸로 완성이라기보다는 만든 후에 뭔가 추가하고 유저들이 이렇게 즐기니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더 재밌겠다는 조정의 여지가 있었다. 이미 있는 게임을 스스로 즐기며 거기 맞는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이번 작업은 기존 작업과는 전혀 다른 음악 창작이었고 재미있었다.

오잔이 언급한 다이나믹 사운드가 들어오면 더욱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특정 상황들에 맞춘 음악들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 오브 탱크' OST 작업을 진행하며 받은 느낌도 듣고 싶다
야마오카 아키라: 감명깊었다. 구 소련권 국가 게임사와의 협업은 처음이었는데 매우 프로페셔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게임, 다양한 게임회사,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봤지만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창작자 집단이라는 점에 놀랐다.

게임 개발자만이 아니라 운영, 번역 등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했다. 거기에 더해 뜨거운 열정을 지닌 집단이라는 면도 느껴져 이 결합이 아마 다른 회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워게이밍다운 점이라고 생각했다.

민스크 스튜디오에 가 보니 엄청난 스튜디오였다. 음악을 만드는 것만 생각하는 열정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었다. 민스크 팀도 그랬지만 세계 다양한 곳에 워게이밍 스탭이 있는데 만나보면 모두가 뜨겁고 파워풀했다.

사바톤은 역사, 전쟁을 소재로 음악을 만들고 '하츠 오브 아이언' 시리즈 등 전쟁게임 음악에도 참가했는데, 역사와 음악을 조합하는 이런 창작 동기는 어디서 온 건가
페르 순스트룀: 우리는 역사적 배경과 헤비메탈 음악을 믹스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은 헤비메탈 음악이 판타지에서 소재를 가져오는데 실제 역사적 배경을 가사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듣는 사람들이 역사적 내용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뮤직 2.0은 '월드 오브 탱크에만 적용되는 건가, 향후 '월드 오브 워쉽'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나
오잔 코코글루: 새로운 음악 엔진을 만들어 '월드 오브 탱크'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워게이밍은 매우 큰 회사로 개발부문은 각각 독립적이다. 현재 알고있는 정보로는 뮤직 2.0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로 넓혀질 예정은 없지만 워게이밍 안의 다양한 개발팀 사이에 대화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개발팀인 '월드 오브 탱크 PC 버전에 뮤직 2.0이 잘 적용되게 집중해서 유저 반응으로 증명이 되면 다른 개발팀들도 관심을 보이게 될 것 같다.

'월드 오브 워십'팀이 가진 음악에도 이미 다이나믹 음악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 걸로 알고 '월드 오브 탱크'와는 조금 다른 엔진이지만 워쉽 팀도 음악에 자신을 갖고 있어서 뮤직 2.0이 정말 매우 잘 되어야 우리도 적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거라 예상한다.


야마오카씨와 페르 순스트룀 모두 '월드 오브 탱크'를 플레이한 걸로 아는데, 어느 정도 즐겼는지 궁금하다
페르 순스트룀: 유럽 서버가 열리자마자 플레이했다. 론칭하고 밴드 내에서 콜라보레이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마침내 하게 됐다. 게임은 월드투어를 다니는 시기엔 못 하다가 쉬는 시기엔 다시 플레이하며 띄엄띄엄 했는데 주로 티어5 정도에서 놀았다. 1000판 정도 플레이한 것 같고, 러시아 자주포와 스웨덴 전차를 가장 좋아한다. 러시아 전차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야마오카 아키라: PC 버전을 5년 가량, 현재는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으로 1년 정도 플레이했다. 티거를 가장 좋아하는데, 일본 전차를 응원하고 싶지만 너무 약하다. 일본인이니 일본 전차로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티거를 가장 좋아해 주로 플레이하게 된다. 일본 전차들은 귀엽지만 너무 약하다.

오잔 코코글루: 사실 나는 프랑스인이지만 프랑스 전차가 가장 싫어 절대 플레이하지 않는다. 영국 전차가 가장 좋다. 특히 크루세이더를 가장 좋아하는데 정찰 역할을 하는 전차로 연사에 능하고 DPM이 높다.

전쟁 영화나 전쟁 영화 OST 중 좋아하는 게 있는지도 궁금하다
페르 순스트룀: 프리모 빅토리를 만들기 전 2003년경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가사를 넣어 곡을 만들었다.

야마오카 아키라: 전투 자체를 그린것보다 전쟁의 참상을 그린 영화들을 좋아한다. '쉰들러 리스트'는 영화도 OST도 매우 좋아하며 일본 영화 중에는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를 좋아한다. 100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다.

'월드 오브 탱크'의 새 OST를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은 없나
오잔 코코글루: 작업이 끝나면 앨범으로 만들어 유저들에게 나눠주거나 할 계획은 있다. 아직 언제인지는 밝힐 수 없는 단계다.

야마오카씨는 앞으로도 워게이밍과 협업을 계속하게 되는 건가
야마오카 아키라: 현재 내년 일은 결정된 게 없지만 앞으로 워게이밍의 게임들을 제패해서 '월드 오브 워십'은 물론 '토탈워 아레나'까지 다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개인적으로 워게이밍 게임들을 워낙 좋아하므로 콜라보레이션이나 다른 어떤 형태로라도 함께 하고 싶다. 유저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도 계속 뭔가 함께 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잔 코코글루: 우리의 음악에 대한 투자는 1년짜리 프로젝트로 볼 게 아니라 장기적 프로젝트다. 야마오카씨나 사바톤과도 함께 계속하고 싶다. 그것이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뮤직 2.0과 향후 워게이밍이 선보일 음악을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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