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보노보노' 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는 평생 함께할 작품"

등록일 2017년07월29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보노보노'라는 만화가 있다. 해달 보노보노, 다람쥐 포로리, 라쿤 너부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4컷만화로 웃음과 감동, 깊은 메시지성 등이 호평받으며 30여년 동안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폭넓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보노보노는 국내에 만화 단행본이 26권 이후 나오지 않아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어 왔지만, 2016년부터 신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보노보노를 소재로 한 에세이집이 출간되는 등 다시 보노보노 붐이 이는 와중에 출판사를 옮겨 만화 단행본도 다시 나오고 있어 반갑다. 새롭게 보노보노를 내고 있는 거북이북스에서는 보노보노 단행본 발매에 속도를 내 최대한 빨리 최신 내용까지 국내 독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독자층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보노보노의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いがらしみきお) 작가가 서울을 찾았다.


이가라시 작가는 서울 SETEC에서 진행중인 시카프 2017 현장을 찾아 드로잉쇼를 진행하고 한국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드로잉쇼에는 보노보노를 사랑하는 팬들이 대거 몰려 이가라시 작가가 즉석에서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를 그려내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가라시 작가는 드로잉쇼 후 사진 촬영을 바라는 팬들과 일일이 사진 촬영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도 만나기 힘든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기자도 시카프 2017이 열리고 있는 SETEC으로 달려갔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와 보노보노에 담은 그의 생각, 보노보노라는 작품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본다.

지난해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이 새로 나와 한국에도 방영중입니다. 한국에서는 보노보노를 소재로 한 에세이집도 나오는 등 보노보노가 최근 들어 다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가라시 미키오: 제 만화가 외국에서 읽힌다는 것은 원래 상상도 못하던 부분입니다. 그렇다 보니 보노보노가 한국에서 왜 사랑받는지는 저로서도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마다 다양한 성격을 설정해 그게 현실적인 느낌, 우리 주변에 실제 있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설정한 것이 한국 분들에게도 받아들여지고 이해해 주셔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한편으로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집 덕분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보노보노에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디서 모티브를 얻으셨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처음에 동물 만화를 그리기로 했을 때 어떤 동물을 쓸까 고민하며 다양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작은 다람쥐라면 이런 캐릭터가 좋겠다거나 이런저런 설정을 붙여 봤지요. 그런 캐릭터 설정 단계에서 뭔가 제 안에 있는 다양한 인격, 성격같은 것들이 각 캐릭터에게 이입된 것 같습니다.

보노보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매우 자주 듣는 질문인데,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답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방금 말한 것처럼 내 안의 성격을 캐릭터들에게 나눠 주입한 것이기 때문이겠죠.

현재 느낌으로는 너부리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는 보노보노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계속 바뀌는 거죠.

보노보노는 남녀노소에게 모두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좀 더 아이들을 위한 만화라는 의견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는 의견이 모두 많은 지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저에겐 보노보노를 아이들을 위해 그린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습니다. 제 마음대로, 스스로를 위해 그리는 것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기본적으로 보노보노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리지 않습니다. 나만 알 수 있도록 그린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 보니 아이들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보노보노라는 작품을 이해해준다면 내가 가진 이런 성격, 세계에 공감을 느껴준다는 말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보노보노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인지 어른들을 위한 작품인지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보노보노는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4컷만화지만 심오한 인생의 철학이 느껴진다는 독자가 많죠. 주제의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그리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보노보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됩니다만, 결국 저는 보노보노를 다른 사람을 향해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제 내면을 향해서 그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 제 내면의 메시지라도 넓은 세상에 한 3만명 정도는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도록 그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독자들에게 감동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느끼도록 그리고 있으므로 뭔가 죄송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깊은 의미가 읽히는 게 아니라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라는 걸 생각하며 그리고는 있지만 그게 쉽게 이해되도록 그리지는 않습니다. 이건 만화를 그릴 때의 테크닉에 가까운 것으로 테크닉을 칭찬받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요.

작품에서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만약 정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가가 되는 게 낫습니다. 만화가라면 말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있으므로 메시지 자체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메시지 이전에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3만명은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닌가요.(웃음) 보노보노는 1000만부가 팔린 작품이지 않습니까
이가라시 미키오: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해 보노보노를 그리고 있습니다만,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100만명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많아도 3만명 정도 아닐까라는 막연한 느낌으로 3만명이라는 숫자는 그냥 떠오른 숫자이긴 합니다. 도쿄돔을 채울 정도의 숫자라는 느낌이군요.

저에게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3만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말한 것으로 아마 그렇게 세계 중에 퍼져있는 공감할 수 있는 분들 중 대부분은 실제 만나볼 기회가 없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제 작품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신데 해외에 나와 저를 좋아하고 보노보노라는 작품이 좋다는 분들을 만나면 저도 치유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그는 내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실제로 말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요.(웃음)


한국에는 보노보노 만화 단행본이 한 동안 나오지 않다가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가라시 미키오: 말씀하신 대로 보노보노 만화 한국판이 멈춰 있었는데 저로서는 마지막까지 내서 한국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판 만화를 다시 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보노보노의 에센스를 담은 보노보노 그림책도 만들고 있는데 이 그림책도 가능하다면 한국에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작년부터 새로운 애니메이션도 제작되어 한국에도 방영되고 있더군요
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가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앞서 나온 첫 애니메이션은 TV로 낸다는 걸 전제로 제작되어 꽤 즐거운 이야기가 되었죠. 이번에도 그런 기분은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분이 원래 보노보노를 매우 좋아하는 분이라 원작 보노보노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번 2번째 TV애니메이션은 첫 애니메이션보다 더 원작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30여년 동안 보노보노를 연재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 에피소드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보노보노의 어머니 이야기를 그린 에피소드입니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소개가 안 된 부분이라 추후 소개되면 꼭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단행본 41권 쯤에 나올 겁니다.

사실 제가 보노보노를 처음 그릴 때부터 보노보노의 어머니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보노보노에겐 어머니가 없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죠. 그래서 언젠가 보노보노의 어머니 이야기를 꼭 그리자 생각해 왔고 오랫동안 구상해 온 아이디어입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만, 해당 에피소드는 구상을 시작한 시점부터 생각하면 연재 초기부터 구상을 시작했으니 구상 단계에서 30년 만에 실제 작품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보노보노의 어머니 이야기를 그리면 보노보노는 마무리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이야기를 그려낸 지금은 당연히 그런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보노보노를 계속 그려나가야 합니다.

어머니 이야기를 그려낸 지금 '보노보노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거다'라고 생각중인 게 있으신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원래는 보노보노 어머니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그리려는 생각이었는데 그려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을 어떻게 내야 하나 생각해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안 떠오르더군요.

보노보노가 끝나는 순간이란 제가 보노보노를 더 안 그리게 되는 순간이겠죠. 제가 보노보노를 안 그리게 되는 그 순간 보노보노가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보노보노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이제 보노보노가 죽을지 내가 죽을지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보노보노를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하면 앞서 말했듯 정치가처럼 되어버리니까요.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로 문제없지 않나 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건 본인의 의지가 아닙니다. 본인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니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죠. 그러니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거나 타인의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억지로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게 가장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삶이 가치있게 여겨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보노보노를 읽은 분들이 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후에는 기자에게 사인도 해 주셨다

작가님에게 보노보노란 어떤 존재인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아마 보노보노를 그리지 않았다면 저는 결혼도 안 했을 것이고, 결혼을 안 했다면 아이도 없었겠죠. 아이가 없었다면 현재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현재의 제 모든 것은 보노보노로부터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동물은 원래 좋아하셨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해달은 예나 지금이나 좋아합니다만, 젊은 시절에는 지금만큼 동물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동물을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현재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수달이고요.

왜 해달이 아니라 수달인가요
이가라시 미키오: 비슷한 동물이지만 현재 가장 좋아하는 건 수달입니다. 가장 귀여운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조랑말을 가장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게 계속 바뀌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 늘어나기도 하는 거죠.

다른 작가들의 만화도 읽으시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만화를 안 읽게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저에게 만화를 그리는 건 필요하지만 읽는 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만화를 읽는 것보다 그리는 게 몇배나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보노보노는 제가 학생 시절에 보던 만화인데 지금도 보고 있으니 신기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보노보노를 이렇게 오래 그리게 될 거라는 걸 어느 시점에서 예감하셨나요
이가라시 미키오: '보노보노를 오래 그렸구나'라고 생각한 건 시작해서 10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거기서 10년이 더 지나 20년째가 되니 오래되었는지 짧았는지는 상관이 없이 보노보노를 그리는 것이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노보노를 그리지 않는 삶이 상상이 안 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보노보노를 그려오다보니 보노보노의 세계도 점점 나이를 먹었습니다. 의식해서 그린 게 아니지만 독자 여러분도 나이를 점점 먹게 될 텐데 보노보노가 조금 앞서간 걸 따라오며 시간이 가면 보다 더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봅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맘대로 그리면 독자들도 따라오며 점차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네요.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이가라시 미키오: 만화 외적 부분에서는 좀 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심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미 나이도 먹었고 하니. '20년 정도 전에 결심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의 목표라고 하면 현재 (일본)장기를 공부하고 있는데 좀 더 강해지고 싶네요.

만화가로서는 사실 보노보노 외에 발표하지 않은 단편들을 쟁여두고 있는데, 그 작품들을 완성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가라시 미키오: 앞으로도 만화가 계속 나올 텐데, 지금까지 오랫동안 보노보노를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왜 이렇게 보노보노를 좋아해 주시는지 제가 한국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고싶은 심정입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가라시 작가의 말 한마디한마디에서 대가다운 풍모와 깊은 철학이 느껴졌다.

새로 나오는 보노보노 만화 단행본은 현재 5권까지 나와 있으며, 향후 후속권 발매 속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애니메이션도 인기리에 방영중이며 인형 등 보노보노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전개되는 상황.

보노보노의 국내 라이선싱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중인 주식회사 '서울머천다이징컴퍼니'에서는 향후 보노보노와 관련된 더욱 다양한 상품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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