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봉준호 감독 "봉준호의 첫 러브스토리를 확인해주시기 바란다"

등록일 2017년05월20일 14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한 신작 '옥자'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옥자는 190여개국에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제한없이 상영된다. 개봉일은 6월 29일(한국시간)으로 확정됐으며,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190여개국에 1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봉 감독의 옥자가 국내 최초 넷플릭스 투자 영화로 제작됐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옥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7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옥자 트레일러를 최초 공개하고 극장 상영 계획 등을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후 16일 바로 프랑스 칸으로 출국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옥자가 극장에서 개봉 후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던 기존 영화 개봉 방식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이 동시에 이뤄지는 단계로 나아간 것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 감상 환경의 변화를 바라보는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의 시각이 잘드러나는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해 봤다.

옥자를 포함한 두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칸에 출품됐다. 그런데 프랑스 극장협회의 반발이 있어 칸이 넷플릭스와 협의했지만 결국 결렬된 걸로 안다. 프랑스 임시상영 신청도 거부당했는데 세계 영화산업의 변화 기류에 대해 칸이나 프랑스 극장협회가 좀 고집스럽지 않나 하는 답답함도 있을 것 같다. 입장 설명을 부탁드린다. 칸이 내년부터는 경쟁 부문 출품작은 프랑스 상영작에 한한다고 했는데 내년부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는 옥자 제작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다. 칸 영화제는 늘 뛰어난 작품만 초대하는 영화제이고 그래서 옥자를 경쟁 부문에 초대한 것이라 본다. 그런 배급 문제와는 무관하게 선정된 것이다. 사실 배급을 안 하는 영화도 초대된 역사가 많다. 칸 영화제는 예술을 위한 영화제로 우리도 예술성에 대한 철학으로 옥자를 제작했고 세상에 내놓게 되어 기쁘다.

사실 변화가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영화제인만큼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옥자와 봉준호 감독을 칸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옥자는 정말 너무나 훌륭한 영화이고 작품성으로 선정되었다고 생각한다.

내년, 내후년에도 넷플릭스는 뛰어난 작품을 제작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페스티벌이나 극장 배급 방식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만 공개된다는 걸 알고 옥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생각을 듣고 싶다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가 어떻게 배급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한국, 미국, 영국은 극장에서 개봉한다. 극장 개봉이 이뤄지고 한국에서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폭넓게 개봉한다는 협의를 하고 시작한 영화다. 처음부터 일반 넷플릭스 영화보다는 극장 관련해 유연하게 대응해주셔서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화가 어떻게 배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창작의 자유, 최종편집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창작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 프랑스 어디를 봐도 이 정도 예산을 투입하고 감독에게 컨트롤에 대한 전권을 주는 경우가 없다. 스티븐 스필버스나 마틴 스콜세지같은 영화의 신과 같은 분들이나 되어야 가능한 일일 거다. 그런 면에서 나는 되게 행운아라 생각한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100% 컨트롤할 수 있게 전권을 줘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완성되어 개봉 시점이 되었는데 미국, 영국,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이 되게 되어 좋다. 프랑스에서도 결국에는 극장과 스트리밍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이 좋은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본다.

저도 그렇지만 테드도 가족과 극장에 가지만 네플릭스를 깔아 스트리밍을 보고 블루레이도 사서 볼 것이다. 영화를 보는 편안한 좋은 방법이 점점 늘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작은 소동이고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며칠 전 1960년대 프랑스영화를 보니 '시네마는 죽었어, 영화는 죽었어, TV가 나와버려서...'라고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더라. TV와 극장도 결국 공존하게 되었지 않나. 맘 편히 지켜보려 한다.

테드 사란도스: 극장 배급, 상영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모든 영화가 극장 상영도 되고 스트리밍도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극장 입장은 다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관객이다. 전 세계 관객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극장에 자주 가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극장을 사랑하고 계속 가서 영화를 볼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가서 봐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극장 개봉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김우택 대표: 국내 스크린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정 안 됐다.

테드 사란도스: 미국에서는 선정된 일부 극장에서 상영한다. 런던에서도 그렇게 진행이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극장은 영화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환경이다. 디테일한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으로서 관람 환경의 희생에 아쉬운 점은 없나
봉준호 감독: 저와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넷플릭스 영화냐 아니냐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냥 평소 해온대로 영상에 접근했다. 그냥 영화를 찍는다, 이건 큰 스크린에서 상영될 것이라는 전제로 작업했다.

넷플릭스가 아니라 일반적인 영화 한편을 만들더라도 긴 세월에 걸쳐 영화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개봉 시기에는 큰 스크린에서 보다가 DVD, 블루레이,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 비행기, 호텔까지 갈 수 있다. 긴 수명에서 보면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극장 스크린에서 아름답게 보이게 찍힌 영화가 작은 화면에서도 아름답다는게 우리 원칙이다. 저나 다리우스 콘지에게 다른 건 없었고 순수하게 영화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영화의 화면비율, 화면 퀄리티 등을 순전히 영화적으로 아름다울까에 집중해서 작업한 것이다.

영화의 긴 수명을 놓고 보면 넷플릭스가 영화를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게 퀄리티 유지에 좋다고 본다. 내 영화가 열화된 화질로 나오는 것이나, 앞뒤가 잘린 기차나 비행기 상영버전, 네 귀퉁이에 광고가 떠 있고 다음 프로 소개가 뜨는 케이블TV를 보면 상처받는 느낌이 있다. 넷플릭스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리스펙트하는 영구적 디지털 아카이빙에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저나 다리우스 콘지는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하던데로 영화적 접근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디지털로 다들 이동하는 흐름에서 필름을 고집해 온 감독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디지털로 왔는데
봉준호 감독: 이번에도 35미리 필름으로 찍고 싶었는데 모든 현상소가 문을 닫고 마지막 설비가 영상자료원에 들어간 상태더라. 2시간 분량의 상업영화 작업이 불가능해졌다. 미국을 봐도 LA에 현상소가 하나 남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가 관리하는 곳이라더라. 한국은 필름이 멸종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필름보다 더 필름같은 디지털을 가져와 보겠다고 해서 알렉사65라는 70미리 필름같은 시네마틱 아름다움이 있는 카메라를 도입했다. 아마 레버넌트 촬영에 쓰인 걸로 아는데 우리가 공개되는 영화 중에서는 3~4번째로 알렉사65로 촬영된 영화일 것이다. 디지털이지만 '필름을 능가한다'고 하면 어폐가 있지만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카메라더라. 저랑 촬영감독은 그걸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한국에서 필름 현상을 못하게 된 건 참 안타깝다. 설국열차가 국내 마지막 필름 영화라던데 확인해보진 않았다.

틸다 스윈튼이나 제이크 질렌할은 봉 감독이 캐스팅을 원했을 것 같다. 이 배우들을 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은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하려 한 게 아니라 설국열차로 친해져서 자주 이야기를 했다. 4년 전 설국열차 프로모션을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옥자 드로잉을 보여주며 다음에 이런 걸 만든다고 하니 재미있겠다고 하더라. 틸다는 집에 동물을 많이 키우는데 개가 5마리, 닭도 10여마리 키우는 것 같더라.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라 그런지 너무 관심있어 하더라.

틸다는 캐스팅이라기라보다 같이 영화를 준비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틸다도 스탭롤에 CO-프로듀서로 올라가 있다. 작품을 같이 준비하며 미국 미술감독도 소개해 주고 깊게 참여했다. 아이디어도 많이 준 창작의 동반자다.

제이크 질렌할은 2007년에 만나 오며가며 알던 사이다. 제이크에게도 시나리오가 아니라 옥자 그림을 보여줬는데 이 때는 제가 그린 드로잉이 아니라 전문적인 아티스트가 그린 것이었다. 그걸 보고 마음이 녹아내려 관심을 보이더라. 캐스팅은 매우 순조로웠다.

옥자가 한국에 개봉한다고 하지만 와호장룡2가 홍콩에 개봉할 때처럼 구색맞추기 아닌가 걱정된다. VOD시장을 없앤 넷플릭스가 극장 배급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은데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 시스템이 와해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영화산업의 파이는 더 커질 거라 본다. 배급, 아티스트, 관객 모두가 혜택을 보고 다양한 선택권이 생겨날 것이다. 넷플릭스의 목표도 전세계 스토리텔러를 발굴해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극장 배급 문제는 큰 문제가 안 될 거라 생각한다.

봉 감독이 넷플릭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를 자세히 듣고 싶다
봉준호 감독: 제가 매사에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데 때로는 낙관적이 된다. 영화를 찍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넷플릭스가 한국 개봉은 한국 관객을 배려해서 극장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배려하겠다규 했다.

저울질하고 고민한 시간은 별로 없었고 프로젝트가 모험적이고 독특한데 내가 투자자라면 과연 이 영화에 투자할까라는 생각은 많이 했다. 아름다운 영화가 될 거라 믿지만 나라면 투자가 가능할까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모험적인 측면이 많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을 수 있고 내가 100%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한국 극장 개봉도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더할나위 없이 기쁜 상황이다.

영화의 컨트롤을 100% 쥐게 되면 자유의 기쁨과 함께 책임감도 커진다. 영화가 잘 안되면 내 책임이고 핑게를 댈 수가 없다. 옥자 촬영 과정에서 아무도 내가 하고싶은 걸 못 하게 하거나 하기 싫은걸 시킨 게 없었다. 영화에 흠이 있다면 다 내 책임이다.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자들의 작업이 늘어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준비중인 게 있으면 알려주기 바란다
테드 사란도스: 앞으로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현재 오리지널 스토리를 2개 개발중이다. 한국 TV 스타일보다 더 영화적 스케일로 제작중이다. 다른 한국 오리지널 영화도 굉장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칸 경쟁부문 진출 소감을 듣고 싶다. 홍상수 감독과 선의의 경쟁을 하게된 소감과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가는데 대한 느낌도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 경쟁 부문에 가니 경쟁을 해야 할 것 같아 흥분되면서도 싫기도 하다. 경쟁, 저울질을 어떻게 하겠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지. 좀 더 아름다움을 축복하고 싶은 영화에 표를 던지지 않겠나.

옥자라는 영화가 경쟁 부문에 갔다고 해서 경마장에서 레이스 트랙에 오르는 말처럼 경쟁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니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방식으로 더 핫한 순간에 아름다움을 느끼면 좋겠다. 홍상수 감독은 개인적으로 오랜 팬이고 그의 영화를 수집해 왔는데 최근 속도를 내서 빠르게 찍는 걸 보니 창작 에너지가 정말 놀랍고 그의 영화를 어서 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간 것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박 감독이 워낙 공명정대한 분이고 본인 취향도 섬세해서 본인 소신대로 심사할 것이라 본다. 심사과정을 속속들이 아는데 저도 베를린, 칸, 선댄스에서 심사해 본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자기만의 취향이 있고 예민한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거라 누구 하나가 선동한다고 쏠려가는 건 전혀 없다.

고민하고 순진무구하게 영화를 보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한국 분, 아시아 심사위원이 몇 명 있다고 국회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전혀 아니더라. 섬세하고 순진무구한 감독들이 모여 밤새 눈이 빨개지도록 영화를 보게 된다. 박찬욱 감독도 즐겁게 즐기기 바라고 옥자가 상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에 지친 위원들이 즐겁게 볼 2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개봉까지 한달여가 남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봉준호 감독: 영화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옥자를 소개할 때 '폴리티컬한 영화'라고 소개하던데 프랑스 관점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 정치적 풍자도 있고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도 있는 영화다.

저로서는 제 최초의 러브스토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상대가 동물이지만...

한국에도 반려동물이 1000만을 넘었다던데 동물과 가족으로 지내는 분들만 다 와서 봐도 좋겠다.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 동물을 가족으로 보는 관점, 먹을 것으로 보는 관점 등등을 생각하며 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떤 걸까, 가장 아름다운 일과 흉칙하고 추악한 일들이 모두 다뤄진다.

테드 사란도스: 반려동물들도 집에서 넷플릭스로 옥자를 볼 수 있다.(웃음)

옥자에 투자한 것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키우기 위한 거라 이해하면 될까
테드 사란도스: 그러기를 바라지만 옥자 투자는 좋은 영화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였다. 옥자의 심장과 영혼은 한국적이지만 글로벌 보편성을 갖고 있다. 봉준호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서 언어와 문화를 초월했다.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서 투자한 게 아니라 이 영화 자체가 글로벌한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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