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의 게임노트]위기감 커진 2017년 국내 콘솔게임 업계, 퍼블리셔들의 생각은

등록일 2017년02월14일 09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16년의 한국 콘솔게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글판 게임이 많이 나오고, 굵직한 대작 타이틀들의 한국어화가 연이어 발표된 한해였다.

유저들에게는 한국 콘솔게임 시장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주는 한해였을 것이다. 하지만 퍼블리셔, 유통사들에겐 갈수록 걱정이 커져가는 한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에는 지난 20년 중 가장 힘든 시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모두가 위기를 이야기하고, 라인업에 대한 고민에 돌입했다. 기존에 하던대로 해외 관계사의 게임을 국내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힘들다는 공통인식이 생겼다.

한국어화가 당연해진 만큼 로컬 개발 없이 싸게 수입해 낸다는 선택지는 사라졌다. 이제 로컬 개발비를 적게 요구하는 게임 및 확실한 성공이 보장되는 타이틀 위주로 국내 출시가 이뤄지는 한편으로 아예 출시가 안 되는 타이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화가 어느 정도 판매량을 보장해주던 시대도 끝난지 오래다. 로컬 개발비도 못건지고 손해를 보는 타이틀도 생겨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듯 최근 나온 '인왕'이 좋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인왕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하다. 플랫폼홀더이자 퍼블리셔인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로서야 그저 좋을 뿐이겠지만, 코에이테크모 게임을 쭉 들여오며 실패하는 게임도 관계상 혹은 시장개척을 위해 열심히 출시해 온 디지털터치는 닭 쫓던 개가 됐다.

다른 퍼블리셔들도 우리도 저렇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실제 인트라게임즈가 공들이던 '단간론파3'를 소니가 가져가며 위기감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는 상황. 퍼블리셔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통하던 '전작이 국내에 출시된 경우 속편을 탐내지 않는다'는 합의도 유명무실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퍼블리셔들은 2017년엔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활로를 찾고 있을까. 국내 거치형 콘솔게임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플랫폼 홀더 SIEK 및 서드파티 퍼블리셔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SIEK의 생각, 온라인, 모바일 유저들을 콘솔로
SIEK는 플레이스테이션4 출시 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다 2016년 성장세가 둔화되었지만 비교적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신형 하드웨어인 PS4 PRO와 PS VR의 보급이 원활해지면 플랫폼 보급이 늘어나며 시장이 다시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콘솔게임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 하에 SIEK는 한국의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 유저들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재미를 접하면 콘솔게이머로 넘어올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작 타이틀의 한국어화에 더욱 힘을 기울이며 플랫폼 보급을 늘리면 위기감은 해소될 거라는 것이 SIEK의 전망인 셈.

SIEK 관계자는 "해외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어화 타이틀 제공에 주력하고, 기존 콘솔 유저뿐만 아니라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유저들에게도 콘솔게임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4와 PS VR을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터치의 화두는 '동시발매'
디지털터치는 코에이테크모 및 5pb 타이틀을 계속해서 한국어화 출시하는 한편 라인업 다양화에 더욱 공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본 게임사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서구권 게임사 타이틀도 늘려갈 예정이다.


디지털터치의 2017년 화두는 '동시발매'다. 2016년 창사 후 가장 많은 타이틀을 선보인 데 이어 2017년에도 라인업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동시발매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터치 관계자는 "작년 한해는 그 어떤 해보다 많은 타이틀을 출시했고 그 모든 작품을 한글판으로 출시했다"며 "2017년에도 역시 많은 작품을 한글로 출시할 것이며, 더 나아가 타국가와 발매일 차이를 두지 않고 동시발매 하는 타이틀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A 타이틀 한국어화에 총력 기울이는 게임피아
지난해 기대를 걸었던 타이틀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어려움을 겪었던 게임피아는 2017년을 '바이오하자드'로 기분좋게 출발 할 수 있었다.


게임피아는 캡콤 타이틀의 한국어화를 이어가는 한편 주 거래사인 EA 타이틀의 한국어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EA는 대작 중 한 타이틀은 한국어화를 해 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국 '배틀필드1'도 '타이탄폴2'도 한국어화가 불발되고 말았다.

게임피아 관계자는 "바이오하자드7의 한글판 출시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결실을 맺게 되었고 의미깊은 2017년의 스타트가 되었다"며 "계속해서 좋은 타이틀들의 한글판을 발매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특히 EA 타이틀의 경우 한글판 발매가 되지 않아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계속 노력하여 2017년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올해의 목표"라고 전했다.

광폭행보 이어가는 H2, 퍼블리셔 입지 굳힌다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GTA5'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후 그 성공을 바탕으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퍼블리셔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의 한글판 발매를 이어가는 한편 국내 게임의 퍼블리셔로 해외에 게임을 소개하기도 하고, PC에도 적극적으로 접근해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에도 굵직한 대작을 포함한 많은 기대작들이 기다리고 있어 국내 서드파티 퍼블리셔 중 가장 2017년 성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에이치투 관계자는 "저희는 콘솔게임과 PC게임 양 쪽으로 다양한 타이틀들을 유저 여러분들께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17년에는 작년보다 더욱 양질의 타이틀들을 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또 저희는 저희가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하는 게임들을 즐겨주시는 유저 여러분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많은 타이틀을 한국어화하기 위하여 노력중"이라며 "올 한해도 다양한 한국어화 타이틀들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많은 기대와 성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PC로, 모바일로... 활동영역 넓히는 CFK
CFK는 힘든 상황에서도 개발력을 유지해 현지화 개발을 직접 할 수 있는 유일한 서드파티 퍼블리셔로 남았다. 모바일게임을 자체 제작해 출시한 후 콘솔 버전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관계사들의 IP를 활용해 스팀 등으로 출시하거나 신규 개발, 출시하는 등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17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해외에서 콘솔게임 개발사가 늘어나긴 커녕 줄어드는 상황에서 라인업 확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발 먼저 플랫폼 다변화 및 자체 개발에 뛰어든 CFK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지만 그만큼 희망도 경쟁사들에 비해 많은 게 사실.

CFK 관계자는 "CFK는 언어의 장벽으로 게임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경험을 즐길 수 없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어지럽고 다사다난했던만큼 좋지 못한 소식들도 많았지만 힘든 와중에서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게이머 유저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17년 새해에도 재미있는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해에 '프린세스 메이커 2 리파인'을 Steam으로 발매했던 것처럼 올해에는 콘솔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도전해 나갈 계획이니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강조한 인트라게임즈
인트라게임즈는 2016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유비소프트 등 관계사들의 대작 타이틀들이 호조를 보이며 비교적 좋은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라인업 늘리기에 나서 출시 타이틀을 크게 늘린 만큼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타이틀도 생겨났다. 다운로드 구매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비, 반다이남코 등 다운로드 판권을 주지 않는 게임사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2017년의 인트라게임즈는 기존 해외 게임사들의 게임을 가급적 다 들여오던 방향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의 퍼블리싱 등에도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트라게임즈 관계자는 "2015년에 언급했듯 2016년은 유저들에게 풍성한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대작들을 한글로 즐길 수 있었던 한해였다"며 "그러나 업계의 상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이라는 작은 파이를 나누어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유저들의 지갑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대작들을 너도 나도 쏟아내니 분산이 심해져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렇지만 2017년 역시 유저들에게 풍성한 한해가 될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많은 타이틀이 한글로 개발 중이고, 많은 개발사들이 준비하고 있던 VR에 대응하는 타이틀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다양성이 늘어나는 것이니 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업계에서는 유저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크기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는데 투자는 더 늘어나는 셈이라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퍼블리셔들의 전략적 변화도 도드라질 것이다. 따라서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라인업 증강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며 "결국 2017년의 성패는 새로운 흐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정책과 시스템이 나타날 것이고, PS VR의 성공 여부도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기사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듯 국내 퍼블리셔들은 다 함께 라인업 늘리기 경쟁을 벌여왔다. '먼저 내려가면 죽는다'는 불안감 속에 쉽게 라인업을 줄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두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걸 선택한 경쟁자가 성공하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 역시 갖고 있다. 아직은 큰 성공을 거두는 타이틀이 몇 나오면 그렇지 못한 타이틀들의 손해를 메꿀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이 계속될지는 의문이지만 다른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금은 다른 시도에 나서고 있는 CFK나 에이치투에게 쏠리는 관심이 커질 것 같다.

SIEK에게는 서드파티 퍼블리셔들과 공생의 길을 가 주길 요청하고 싶다. 소니가 몇 달에 하나씩 내는 대작 타이틀 몇개 만으로 플레이스테이션 생태계가 꾸려지긴 힘들다는 건 그 동안의 경험, 경쟁 플랫폼 홀더들의 전례가 잘 보여주고 있으니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이미 잘 알것이다.

2017년이 게이머, 플랫폼홀더, 퍼블리셔들에게 모두 좋은 한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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