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문화부, 애타는 게임협회... 이름만 남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등록일 2016년09월21일 12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거듭된 사행성 논란에 게임 업계가 내놓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행 약 1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면서 자율규제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이 돼서 시행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핵심인 사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 대한 결과물 목록, 아이템 구간 별 확률 공개 등 게이머가 획득 가능한 아이템 구간별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받고 시행된 자율규제는 게임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시행 이후에도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하며 허울뿐인 자율규제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우택 의원, 노웅래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포상금 및 과태료 규정 신설을 중심으로 하는 법안을 입법시키며 20대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다. 업계는 또 하나의 게임산업 규제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 많은 게임규제 법률을 반대하며 게임사편에 섰던 유저들이지만 이번에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게임업계 입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많은 고민끝에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이다. 게임의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등장한 매우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겠지만 다양한 확률과 상품 세팅을 통해 헤비 유저에게는 페이 투 윈의 재미를 보장하고, 무과금 유저도 상품 구매 욕구를 자극하게 만드는 확률형 아이템은 굉장히 섬세한 밸런스를 요구한다. 어느 한쪽으로 조금만 치우치게 되면 헤비유저와 라이트 유저 모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확률 자체가 게임사에는 영업 노하우가 되는 셈이다.

현재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넷마블게임즈다. 몬스터길들이기,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 이른바 넷마블식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한 게임이 성공하면서 모바일게임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업적인 성공으로 인해 다른 게임사들도 벤치마킹을 통한 유사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밸런스 조절에 실패해 매출 확보에 실패하는 게임이 대다수였고 지금까지도 게임플레이를 통해 기본으로 제공되는 유료 재화와 소비자가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하는 매력적인 상품 연결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잡기 위해 다양한 개발사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업계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 요구하는 확률 공개에 게임사가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확률이 의무적으로 공개되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공식들이 반강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불만도 그래서 나온다. 자율규제에는 찬성하지만 구간별 확률 공개가 아닌 세부 확률 공개까지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정부의 요청에 업체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공개거부로 인한 소비자 반발도 감수해야 되지만 공개를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매출 타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확률 공개는 맛집의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바로 확률 공개의 신뢰성이다. 게임 기술의 발전으로 서버다운 없이도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만큼 만약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된다면 확률 공개 자체가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확률 변동 공지를 의무화 시켜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달라질 것이 없다. 내가 획득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0%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소비자 개개인의 아이템 획득 현황이나 실제 분포도 같은 것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회사고유의 기밀에 해당되는 만큼 실제적으로 행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렇듯 국회와 업계, 게이머 간의 입장차이가 좁혀들지 않으면서 조율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의 고민은 깊어졌다. 입법은 반대지만 강제성을 띄지 않은 자율규제라는 시스템 속에서 업계 스스로의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상황이며 또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과 국회의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이다.

다소 요란했던 시작과는 달리 금방 한계를 드러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그에 대한 해답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일이나 상대방을 100% 이해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게임사-소비자-국회 각각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게임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에 참여했으면 한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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