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해진 소비자 '게이머 2.0'의 시대… 게임업계도 발 맞춰 변화해야

등록일 2021년03월30일 15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 2월 진행된 '페이트/그랜드 오더' 이용자 간담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 삼아 2020년 최고 성과를 달성한 게임업계가 2021년 상반기에는 '사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는 과거에 비해 소비자, 즉 '게이머'들의 성숙도가 높아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 더 똑똑해진 '게이머 2.0'의 시대에 맞춰 게임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게임업계는 '사과'와 '간담회'로 압축된다. 부실한 게임 운영에 불만을 느낀 이용자들이 결집해 집단 행동에 나섰던 소위 '트럭 시위' 사태로 촉발된 움직임은, 최근에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기폭제로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용자들의 집단 행동에 각 게임사들 역시 간담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게이머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게임회사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이거나 떠났던 기존의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다. 게임에 불만을 가지고 떠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게임이 변하기를 원하는 게이머들이 등장한 것. 이전과 달리 더 똑똑해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을 '게이머 2.0'이라고 구분지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게이머 2.0'은 왜 등장했고, 또 게임업계는 어떻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까.

 

커뮤니티 활성화로 정보력 향상, 경험치 누적으로 '변별력' 생긴 게이머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입을 모아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성숙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졌으며,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상품과 콘텐츠를 분석하는 능력도 향상되었다는 것. 특히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들이 즐기는 게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게이머들의 동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처럼 게이머들의 정보력이 향상된 데에는 커뮤니티 활성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개별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커뮤니티가 세분화되는 경향이 포착된다. 특히 각 게임의 커뮤니티는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 정보와 이슈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 내 시스템, 운영 등 각 요소를 다른 게임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늘어나면서 게이머들 역시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의 품질을 더 쉽게 평가할 수 있게 된 것도 변화다. 국내 게임으로만 비교 대상이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중국의 여러 게임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게임들의 장점과 선례를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시장이 개편되면서 게이머들의 변별력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역시 '게이머 2.0'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하나의 게임이 출시되고, 이를 경험하는 시간이 길었던 PC 게임 시장과 달리,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임이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경험을 쌓고, 또 좋은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히든몬스터 김대영 대표는 "구멍가게의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고급 아이스크림이나 수제 아이스크림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소비자의 변별력도 크게 향상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라며 "자신이 기존에 즐기던 게임이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국내외의 좋은 게임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경험치가 눈에 띌 정도로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처럼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별력이 성장한 가운데, 비대면 접촉과 1인 방송 등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 기술도 단체 행동력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면 접촉이 당연시되었던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이제는 여러 채널을 통해 비대면 접촉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상에서도 집단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이 갖춰졌다. 또한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대두됨에 따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소비자들이 언제라도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점 역시 게이머들의 행동력이 상승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뒤바뀐 게임사와 게이머 관계, 국내 게임업계도 달라져야

 


 

한편, 과거와 달리 게이머들의 변별력이 향상되고 단체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게이머 2.0'의 시대가 찾아온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도 이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성숙도를 게임사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게임사가 게이머보다 한발 나아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게이머들이 앞장서서 게임업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와 게임사 간의 뒤집힌 관계는 앞서 한차례 관측된 바 있다. 여러 모바일 게임들을 거쳐 게이머들이 여러 사례들을 습득하고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하나의 프로젝트에서의 성과가 회사 전체에 대한 이미지로 귀결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게이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타 게임으로 이탈하거나 게임사의 향후 프로젝트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등 게이머들이 게임업계의 동향에 미치는 영향력이 기존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각 게임사들의 투명한 게임 서비스 및 운영 정책 역시 '게이머 2.0'의 시대를 대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게임사들이 문제 발생 시 모든 조치가 완료된 뒤에 결과를 통보하고 있지만, 게이머들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되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것. 올해 2월 진행된 모 게임의 간담회에서 한 이용자 대표는 "게이머들은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의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되는지 궁금해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편,  게이머들도 게임사의 소비자 대응과 운영방식이 달라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게임사들이 신작 쇼케이스에서 이용자들과의 거리를 좁힌 운영을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용자들의 여론을 파악하기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만 대응하는 사후 관리 차원에서의 운영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이머들 역시 여러 간담회를 통해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개선을 약속하는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했던 게임사들의 태도도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게임업계 전반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BM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게임사들 역시 이용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미 확률형 아이템 BM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치가 축적되고, 또 그간 암묵적으로 유지되었던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기존의 확률형 BM만 고집해서는 시장에서 선택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편, 게임사들 역시 간담회와 소통 채널을 통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하지만, 아직까지 기존의 운영, 개발, 사업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트럭 시위'로 대표되는 마찰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력, 행동력을 바탕으로 한층 성숙해진 '게이머 2.0'의 시대가 찾아온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가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출처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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