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궤적' 동시발매 성사시킨 CLE가 바라보는 한국시장, 그리고 미래

등록일 2020년08월19일 14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콘솔 게이머라면 근래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Clouded Leopard Entertainment, 이하 CLE)라는 이름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적극적인 로컬라이제이션으로 한국어판 게임을 속속 선보이더니 팔콤의 최신작 '시작의 궤적'(創の軌跡)은 한일 동시발매를 성사시켜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CLE는 생긴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퍼블리셔이지만 발빠른 행보와 적극적인 로컬라이제이션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퍼블리셔이다.

 



 

CLE를 창업한 사람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에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해 20여년 동안 활약해 온 첸(陳 云云, Chen Yuen-Yuen) 대표. 기자가 10여년 동안 아시아 각지에서 열린 소니 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보던 인물로, 소니를 떠나 창업했다는 소식에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다.

 

첸 대표는 소니 시절 한국, 중국 등에 로컬라이즈 타이틀을 출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성사시킨 인물로, 소니에서 진행한 번역을 타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회사를 떠나 게이머들을 먼저 생각하는 행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본인 역시 어린 시절 패미컴, PC엔진 등 게임기로 게임을 시작해 지금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고.

 

창업 후 인터뷰를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시작의 궤적' 동시발매를 성사시킨 것을 보고 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첸 대표에게 그가 갖고있는 로컬라이즈에 대한 생각,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 등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혁진 기자: Chen 대표나 CLE라는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게이머가 한국에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Chen 대표: 저는 1998년에 SIE(당시 사명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후 22년 동안 쭉 플레이스테이션의 아시아 비즈니스를 담당해 왔습니다.

 

아시아에 소프트웨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시아의 언어로 로컬라이즈된 타이틀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타이틀의 중국어 및 한국어 등 아시아 언어로의 로컬라이즈를 회사에 제안해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SIE는 규모가 큰 회사라 보통 업무가 부서 별로 크게 달라집니다만, 아시아에서 초반에는 지금과 달리 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WWS(월드 와이드 스튜디오, SIE 사내 개발 스튜디오)나 써드 파티와의 권리 교섭, 콘텐츠 제작, 그리고 판매를 위한 인쇄물(게임 해설서 등)의 제작, 타이틀 진행 관리, 거기에 각 지역의 세일즈, 마케팅 스탭과 연계해 마케팅 플랜을 짜는 등 세일즈 서포트 업무에 한정판이나 게임쇼 이벤트 기획까지 전반적으로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소프트콘텐츠에 대한 노하우를 특정 분야가 아닌 전반적인 부분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CLE는 이렇게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배운 것을 더욱 버전업해서 닌텐도 스위치나 스팀 등 멀티 플랫폼에서 소프트콘텐츠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TGS 등 SIE의 이벤트에서 자주 뵙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소니를 떠나 창업하셨다는 이야기에 놀랐는데,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Chen 대표: 사실 소니를 떠나 창업을 한다는 현실에 저 스스로가 가장 놀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독립을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역시 멀티플랫폼입니다. 기쁘게도 '게이머들의 풀뿌리 민주주의'같은 느낌으로 시작된 로컬라이즈 비즈니스가 한국을 시작으로 점차 아시아 전역의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나 중국어 로컬라이즈는 이제 일본, 유럽, 북미의 게임회사들에게도 정착이 되었죠.

 

그리고 아시아 컨슈머마켓에서는 오랫동안 플레이스테이션 1강 체제가 유지되어 왔습니다만, 이제는 스팀이나 닌텐도 스위치 등 다른 플랫폼도 아시아에서 유저 저변이 넓어졌다고 봅니다.

 

여전히 플레이스테이션을 정말 사랑하지만 다른 많은 아시아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어린 시절 패미컴이나 PC엔진 등 다양한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며 게임으로 일본어는 물론 많은 인생의 소중한 것을 배운 사람입니다. 현재의 제가 있는 것은 모두 게임 덕분입니다. 제 마음에는 게임, 그리고 그런 멋진 게임을 만들어준 크리에이터 여러분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멀티플랫폼 시대의 도래, 그리고 시장 변화에 따라 다음에는 어떤 도전을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독립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아시아 로컬라이제이션 행보가 눈에 띕니다.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Chen 대표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Chen 대표: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크리에이터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 되겠네요.

 

언어가 달라지면 아무리 노력해서 번역을 해도 늬앙스의 차이가 생기고, 그래서 의미가 바뀌어 버리는 등 로컬라이즈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로컬라이즈를 한다는 것은 크리에이터의 생각, 또는 콘텐츠를 표현하는 대변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주관에 영향을 받아 멋대로 의미를 바꿔 번역하지 않고, 언어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한 바탕에서 크리에이터의 생각에 가장 가까운 번역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그저 번역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공동개발을 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로컬라이즈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신다고 보면 되겠군요. 향후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나 하고싶은 일은 어떤 것인가요
Chen 대표: 물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로컬라이즈를 추진해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로컬라이즈는 도달하고 싶은 '골'이 아니라 콘텐츠를 즐겁게 즐기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일 뿐입니다.

 

유저들이 콘텐츠를 즐겁게 즐기도록 하고 싶어서 SIE 시대에도 아시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한다거나, 콘서트에서 진행된 낭독극 대본을 로컬라이즈하기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저희가 선보이는 '시작의 궤적'에서 일본어판에는 없었던 선행 체험판을 CLE가 단독으로 기획, 운영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만들어낸 것 중 하나입니다.

 

컬쳐라이제이션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Chen 대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 자신이 평소 특별히 '컬쳐라이제이션'을 의식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답했듯 저에게 있어 로컬라이즈는 단순한 번역이 아니므로 유저의 취향이나 시장의 요구 등이 그야말로 당연히 고려되는 요소가 됩니다. 다만, 아직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진화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잔뜩 남아있으므로 향후 출시할 콘텐츠에서 계속해서 어떤 형태로든 구현화해 보여드리려 노력할 생각입니다.

 

한국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계신데,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Chen 대표: 제가 SIE에 있던 시절에는 한국 유저 여러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만, 창업 후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선한 느낌도 받고 있고, 예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일본의 게임 콘텐츠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많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은 물론, 기회가 있다면 한국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뭔가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시작의 궤적'이 동시발매되어 한국 게이머들의 반향이 크더군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동시발매를 추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시작의 궤적'처럼 동시발매하는 방향에 힘을 쏟을 거라 기대해도 될까요
Chen 대표: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웃음) 6년전 '섬의 궤적 2' 때에도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시발매를 추진하려고 한 이유는 역시 동시발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저들의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섬의 궤적2' 때에는 밀어붙여서 억지로 실현시켰습니다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법이라 동시발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그 뒤에 쭉 생각해 왔습니다.

 

'게임 콘텐츠의 로컬라이즈는 번역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만, 정말 큰 오해입니다. 번역 후에도 번역된 텍스트를 프로그램에 입력하거나 그래픽화해서 UI를 만든다거나, 실제 게임 화면에서 번역의 의미를 확인하거나 등등 다양한 작업이 발생합니다.

 

이런 작업을 모두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면서 거기 더해 팔콤 여러분에게도 많은 협력이 있었던 덕분에 간신히 실현할 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동시발매를 추진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시작의 궤적'의 반향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SIE에 계실 때 소니가 진행한 로컬라이즈 번역을 다른 하드웨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신 에피소드는 유명합니다. 퍼블리셔를 창업하신 이상 다양한 플랫폼을 커버할 것이라 기대해도 되겠지요
Chen 대표: 물론입니다. 이미 발표한 '섬의 궤적' 시리즈 한국어판, 중문판의 스팀 이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타이틀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할 예정입니다. 조만간 새로운 발표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네챤바라 오리진'에는 한국어 더빙이 들어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어 더빙 게임은 쉽게 만나기 힘든 게 사실인데, 앞으로도 더빙에도 시선을 두실 생각인가요
Chen 대표: 오네챤바라 오리진 더빙에 대한 반향은 예상 이상 많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더빙이 어울리는 타이틀이 향후 나타난다면 긍정적으로 도전해 보려 합니다.

 

CLE가 준비중인 라인업에 대한 소개를 살짝 부탁드립니다
Chen 대표: '시작의 궤적'이나 '오네챤바라' 이후 앞서 소개한 '섬의 궤적' 시리즈의 한국어판을 스팀에서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유익의 프로이라인'(有翼のフロイライン) 등 준비중인 게임도 있고 발표를 아직 안한 라인업도 여럿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상세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Chen 대표: 먼저, 게임포커스와 진행한 이번 인터뷰를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게임 콘텐츠의 즐거움, 감동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게이머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회사이므로,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고 게임에 흥미를 가져주시면 저희도 기쁠 것입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한국 게이머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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